사랑하면 느는 것
기차역으로 달려가는 한성의 머릿속은 온통 인영이었다. 기차역에 도착해서 인영의 모습을 찾는 동안에는 자신에게 나는 땀냄새가 걱정됐다. 멀리서 손을 흔드는 인영을 발견했을 때 한성은...
"아저씨!"
"인영"
"연락 왜 안 했어요?"
"인영아..."
"나 아저씨랑 사귀고 싶은 거 아니라고 한 거 거짓말이었어요."
"인영..."
"차일까 봐, 그냥 그렇게 말해버렸는데"
한성은 인영을 바라보았다.
"아저씨 연락 매일매일 기다린 거 알아요?"
"......"
"아저씨. 저 아저씨 좋아해요."
그 순간 한성은 자신이 왜 그토록 그녀를 마음속에서 거부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인영아, 너한테 할 말 있어서 왔어."
"아저씨, 입술에서 피나요!"
한성이 손등으로 입술을 쓱 문질렀다.
"안 아파. 괜찮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않아도 돼."
"아저씨..."
"서울행 11시 열차가 곧 A6 승강장에 도착합니다. 탑승객 여러분께서는 승강장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
에스컬레이터 옆 난간에서 플랫폼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성. 화장실에서 나와 걸어오던 인영이 멈춰 서서 한성을 바라본다.
"잠시 후, 열차가 출발합니다. 아직 탑승하지 않으신 고객께서는 신속히 승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성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인영을 찾는다. 그때 한성의 손목에 문자가 왔다는 불빛이 들어왔다.
「아저씨, 저 갈게요. 오늘 나와줘서 고마웠어요.」
한성은 에스컬레이터를 뛰어내려 갔다.
"제발, 기다려"
한성은 아까 인영의 고백을 듣던 순간을 떠올렸다.
한성이 인영을 만난 후로 매일 매 순간 기다리던 순간이었는데
상상과 다르게 한성이 느낀 건 사랑의 감정이 아닌 공포심이었다.
"인영아!"
한성은 창문을 두드리며 인영을 찾아 달렸다.
"인영!"
"뭐야? 저 사람?"
기차 안에 앉아있던 인영이 한성의 모습을 보고 달려 나왔다.
"아저씨!"
"인영아!"
한성은 인영을 와락 품에 안았다. 두 사람 뒤로 서울행 열차가 출발하고 있었다. 주위가 다시 조용해졌을 때 인영이 한성의 품 속에서 고개를 빼고 뻐끔거렸다.
“아저씨, 우리 어디로 가요?”
한성은 눈을 감은 채로 연신 인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인영은 한성을 올려다보다가 다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한성의 심장고동이 느껴지자 들릴락 말락한 작은 소리로 말했다.
"괜찮다. 괜찮다."
둘은 그렇게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