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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Nov 09. 2018

<라틴어 수업>, 삶에 대한 고민이 당신을 가로막는다면

 

    Carpe diem
오늘에 집중하고 현재를 살아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라틴어 수업>의 도입부에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와 영화 속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대사가 아주 간략하게 소개된다. 감명 깊게 본 영화였던 탓인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이후 다시 살펴본 책의 부재는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이었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전까지는 순전히 라틴어와 관련된 혹은 라틴어 문화권에 관련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된 초급, 중급 라틴어 수업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라틴어는 한동일 작가가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용하는 창구다. 책의 주된 흐름은 유명한 라틴어 문구나 라틴어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작가가 생각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라틴어 수업>과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전달하고자 하는 삶을 대하는 자세라는 면에서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데, <죽은 시인의 사회>를 즐긴 사람이라면 <라틴어 수업>또한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에게 <라틴어 수업>은 군인이라는 신분으로 앞으로의 나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나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준 아주 귀중한 책이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현재에 대한 불만족으로 요동치는 나의 몸과 마음을 진정시켜준 자장가와 같은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책에서의 작가의 어투는 마음씨 좋은 교양수업 교수님의 말투를 사용하고 있는데 학생을 존중하는 듯한 존댓말과 나긋함은 다른 책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작가의 심성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또한, 이 책의 내용은 28개의 수업을 토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수업의 마무리에는 대부분 질문이나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로 끝이 난다. 그런데 그것들의 심오함은 모든 고민을 제쳐두고 그 질문에 대해서만 고민하게 할 정도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고 작가의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동안 소용돌이치던 나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실 이 책에 대한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전달하는 방식이나, 내용에 있어서 어떤 것들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라틴어 수업>은 생각하게 하는 책이지 지식 전달 위주의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내가 좋았던 수업(챕터)과 작가가 던진 질문 속에서 내가 느낀 바와 나의 대답을 그대로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왜 공부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공부하는가?'


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공부한다.


나는 적어도 목적 없는 공부를 해오진 않았던 것 같다. 공부를 해야 할 명확한 이유가 없다면 공부는커녕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고집을 부렸던 건지, 아니면 현명했던 건지 그동안의 나는 '내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기준으로 공부를 해왔던 것이다. '나는 왜 공부하는가?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나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공부를 합니다.'가 될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 공부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나를 위해서만 공부를 해왔기 때문이다. 책에서 작가는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인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지식을 나누고 실천할 줄 모르면 지성인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둘 다 되어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누구를 위해 공부하는가?'에 대한 답은 '아직은 나를 위해 공부합니다.'가 될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브런치 작가로서 나의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지식을 나누고 실천하는 것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 끝에 아주 작고 소심하게 '그렇지만 지성인을 지향합니다...'라고 덧붙이고 싶다.



스스로의 발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닌 '전보다'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라.


유럽 대학의 평가방식은 학교에 다라, 교수 재량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절대평가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특히 라틴어로 성적을 매기는 표현을 주지할 필요가 있는데, 성적평가에 쓰이는 표현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라틴어의 성적 구분

Summa cum laude 숨마 쿰 라우데 최우등

Magna cum laude 마냐/마그나 쿰 라우데 우수

Cum laude 쿰 라우데 우등

Bene 베네 좋음/잘했음


평가 언어가 모두 긍정적인 표현이다. '잘한다/보통이다/못한다'식의 단정적이고 닫힌 구분이 아니라, '잘한다'라는 연속적인 스펙트럼 속에 학생을 놓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렇게 긍정적인 스펙트럼 위에서라면 학생들은 남과 비교해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축구

나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고, 지금도 주말마다 축구를 할 정도로 축구를 사랑한다. 축구는 나의 성격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한 스포츠인데, 그중에서도 경쟁심과 승부욕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경쟁심과 승부욕은 나의 개인적인 발전에 있어서 꽤나 큰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하거나 경쟁을 할 때마다 점수나 객관적 지표의 성과보단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목표로 잡고 '이 녀석만은 내가 잡는다'라는 마인드가 나에게 효과적인 동기부여 수단이었다. 나의 발전도 즐거웠지만, 남보다 잘했을 때의 쾌감은 따라올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라틴어 수업>을 읽고 나니 '남보다' 잘하는 것에 중점을 둔 나의 방법이 잘못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러나 깊은 고민 끝에 내린 나의 결론은 '뭐 어때?'였다.


나의 방식은 열등감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동안 살면서 터득한 나만의 동기부여 방식인 경쟁심과 승부욕이라는 감정을 활용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다. 남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나의 부족함을 탓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채찍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지금처럼 나 스스로에게 대한 객관성을 잃지 않는다면 경쟁심과 승부욕은 나를 발전하게 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결론 내렸다.



Carpe diem! 오늘 하루를 즐겨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카르페 디엠. 이 말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서다. '카르페 디엠'부터 시작해서 '오 캡틴 마이 캡틴'까지 내 마음을 뒤흔든 수많은 명대사가 나온 영화인데, 서두에서도 말했다시피 <라틴어 수업>과 전달하려는 삶에 대한 지혜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너무나도 감명 깊게 읽어서일까 <라틴어 수업>에서 'Carpe diem'이라는 말을 보자 책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더욱 진지해졌다.


책에 대한 태도가 변한 이유는 반가운 문구를 만나서이기도 하지만, 나의 현재 상황이 힘들어서 그랬던 것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 같다. 군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나는 현재에 살고 있지 않았다. 과거의 한 시절을 그리워하고, 그때와 오늘을 비교하고 있었다. 또한 미래를 꿈꾸고 오늘을 그저 흘려보내면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들이 더욱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유명한 이 만화의 한 장면 같이 나는 입대하기 전부터 군대에 가면 전역 후에 날아오를 일만 생각하고 나 자신을 단련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주위와 담을 쌓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며 나를 극한으로 몰아넣었다.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했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단 책을 읽었다.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 밖에 있는 친구들은 많은걸 해낼 테니 남들이 시간을 허비하는 지금 노력해야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읽게 된 <라틴어 수업>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불행하게 사는 것도, 과거에 매여 오늘을 보지 못하는 것도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닐까요?' 가슴을 후벼 파는 문장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불행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얻어간 것도 많기에 후회는 없지만 '조금 덜 몰아붙여도 됐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 속의 한 구절을 통해 위로를 얻고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어냈다.


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행복을 보장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오늘을 행복하게 산 사람의 내일이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카르페 디엠, 오늘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여러분이 잠시 머문 간이역은 어디인가요? 그곳은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나요?


군대에 오기 전의 나는 꽤나 열심히 살았다. 물론 방황하고 놀기만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대게는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열심히만 하면 모든 게 잘 풀릴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간이역

그러던 중 늦은 나이에 군대에 왔고, 주변에선 늦게 가니까 고생하겠다는 말을 많이들 했다. 다들 걱정돼서 했던 말이었겠지만 다행히도 내가 느낀 것은 '늦게 오길 잘했네'였다.


20대가 되고 대학교에 입학하고, 지금 다니는 대학교로 편입을 하고, 프로젝트를 하고 창업 준비도 하면서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막무가내였던 것 같다. 뭔지 모를 갈증과 부족함을 느끼고 계속해서 뭔가 할 것들을 찾아서 했다. 마치 좀비처럼 말이다.


좀비와 같았던 나에게 지금의 군대는 나의 삶에 있어서 잠시 머무는 간이역 같은 존재다. 물론 그 안에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후회했지만 결국에 군대라는 곳은 미친 듯이 달려온 지난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여기서 나는 그동안의 나의 삶과 나 자신을 먼발치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전역을 하고 나면 조금은 생각할 여유를 갖고 계획적이고 여유롭게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 나는 독서를 하고 머리를 비움으로서 마음먹기를 조금 더 여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여유로움은 군대라는 간이역이 나의 삶에 내려 준 선물이라면 선물일 것이다.


그리고 이 간이역의 풍경도 꽤나 여유롭다.



여러분은 무엇을 꿈꾸고 있습니까? 무엇을 희망하고 있습니까?


두 질문은 아름답고 지적인 삶에 대한 소통을 통해 작가가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이다. 어쩌면 식상해 보일 수도 있는 질문이 어째선가 무겁게 다가왔다. 작가가 의도했던 것일까? 아니면 나의 무거운 마음 때문이었을까? 쉽게 답을 하기 어려웠다. 이등병 시절에 읽고 상병이 된 지금 다시 읽어도 명확한 답이 나오질 않는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아직은 두리뭉실하게 '치열하지만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라고 답하고 싶다.



<라틴어 수업>은 내가 힘이 들 때마다 꺼내어 읽어보는 책이다.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잠이 오지 않을 때나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괴로울 때 읽고 나면 잠이 오고 마음이 진정되는 그런 책이기 때문인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이 책은 삶에 대해 '고민'하게 하지만 종국엔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릿속이 개운해진다. 참으로 신기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찾은 것 같다. )


'욕심부리지 않고 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이라도 이 책과 같이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쉬워 보이지만 어렵고, 거창한 것 같지만 소박한 그런 대답인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든다.




<라틴어 수업>은 나에게 있어서 인생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잘못된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꾸는데도 크나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고민들로 괴로워할 때 위로가 된 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친 나를 달래주는 책이다 보니 항상 가까운 곳에 두고 계속해서 꺼내보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신기한 것은 같은 구절과 내용을 읽어도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작가의 질문과 말들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아마도 나를 되돌아보고 삶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드는 책이기 때문 일 것이다.


이렇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라틴어 수업>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단 한 권의 책만 선물할 수 있다면 간택될 책일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틴어 수업> 속 라틴어 한 구절을 책의 첫 페이지에 적어서 선물하고 싶다.


Dilige et fac quod vis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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