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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모리 May 25. 2022

[독립출판 일지]11. 잠수 타는 인쇄소 유형

이런 인쇄소는 피하자.

<5평 집에서 뭐하고 지내?>는 2021년 텀블벅 펀딩으로 세상에 나왔다.

인쇄 부수를 정할 때의 나는 여유 있게 200부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외로 200부는 금방 나갔다.

 

그리고 다시, 여유 있게 300부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인 장사는 끝났고 모르는 사람이 내 책을 (이렇게나 많이) 사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책 홍보가 쑥스러워 힘을 숨긴 찐따처럼 누가 알아만 주길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각박한 세상에서 내가 발버둥 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 따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법 열심히 서점에 입고 메일을 돌렸다.

https://brunch.co.kr/@5-mori/33 


그리고 부산 다대포예술기지 서점 콜라보와 이것저것 행사를 통해 300부가 다 팔렸다!

(요 과정은 별도로 기록 예정. 많관부)


이제는 넉넉하게 2쇄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000부를 주문했다. 아직도 받지 못했다. 한 달이 지났다.   

정말 통곡하며 쓰는 통곡의 독립출판 일지.


지금까지는 부수가 적어서 디지털 인쇄로 했는데, 1,000부면 옵셋 인쇄가 더 저렴하다.

업체 7곳에서 견적을 받았는데 거의 200~300 정도였다.


최대한 저렴하게 진행하고 싶어 블로그와 카페를 뒤지던 중 작은 인쇄업체 A를 발견했고,

혹시 몰라 받아본 견적이 다른 인쇄소의 절반 가격이었다. (여기서부터 고난 예상)


내 책은 흑백 인쇄이고, 디테일한 그림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인쇄 퀄리티는 고만고만하고 오로지 가격이 가장 중요했다.


내가 맡긴 A인쇄소는 여러모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계약할 때도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사기당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이 있었다.

그럼에도 모든 불안을 잠재울 만큼 가격이 매력적이라 진행했다.


망한 인쇄소는 이런 특징이 있다.

그리고 A인쇄소는 이 특징을 다 가지고 있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1. 홈페이지가 없다.


홈페이지가 있다는 것은 연락 가능한 창구가 항시 오픈되어 있다는 뜻이다.

책임자 연락처와 사업자 번호, 주소 등이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내가 취할 수 있는 액션이 많다.

그리고 조금 더 괜찮은 인쇄소는 홈페이지에서 견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샘플 인쇄로 계약했던 인터프로인디고, 한영인쇄몰 업체를 보면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두 곳 다 배송도 빠르고, 퀄리티도 좋았다. 응대도 괜찮다.


https://www.interproindigo.com/

https://www.hyprintmall.com/html/shop/index.php


A인쇄소는 홈페이지 대신 블로그가 있다.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은 번호 하나였는데, 연락이 잘 안 된다.

사실 갈 수 있는 곳이면 가서 대면 미팅을 했을 텐데 하필 또 지방에 있었다.


2. 카드결제가 안 된다.

이건 홈페이지 유무와도 연결된다. 온라인 결제 PG사가 없으니 당연한 걸 수도 있겠다.

A인쇄소에 카드결제를 하겠다고 했더니


"카드 사진 앞면을 찍어서 보내세요"라고 했다.

현금 결제 시 세금계산서 발행을 문의했는데, 나는 아직도 이 뜻을 해석하지 못했다.


카드 앞면을 찍어 보내는 게 더 의심스러워 계좌이체를 했다.

선입금 100% 로..



3. 계약서가 없다.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계약서나 견적서를 문서상으로 받지 못하는 곳은 웬만하면 거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나는 문자로 견적을 받고, 작업 기간이나 작업 내용이 담긴 계약서나 견적서를 받지 못했다.

왜냐면 전화 할 때마다 인쇄소에 있는지 바빠 보였고,

입금하기도 전에 작업 시작한다고 재촉했기 때문이다.


계약서가 없으면 사고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정말 정말 적다.

계약서에는 작업 내용과 후가공 등의 내용뿐만 아니라 납기 일정도 반드시 써야 한다.

간혹 인쇄비를 싸게 책정하고, 택배비를 과도하게 부과하는 곳도 있으니

택배, 포장 등 부가적인 가격도 계약 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또한 납기일 내에 받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조항을 챙겨야 한다.

인쇄는 주로 선입금인데, 작업 기간에 차질이 생기면 돈도 없고 책도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작업 후 잔금을 치르거나 계약 전 작업 기간을 반드시 꼭. 체크하자. 꼭.. 꼭..


지금 생각하면 왜 이렇게 무모하게 거래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거듭 말하자면 사기당할 걸 감안하고서라도 가격이 쌌다... 내 탓임.

그리고 에이, 아니겠지 하는 상황은 대부분 반드시 발생한다.


4. 인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체크리스트

 

1) 가능하다면 대면미팅

2) 구두계약 X 문서상 계약서 꼭 받기

3) 사업자 등록증 확인

4) 계산서 반드시 발급

5) 샘플 인쇄 받아보기

(옵셋인쇄일 경우 샘플 1권은 디지털인쇄로 제작하여 샘플 수령)



다음 글에서는 인쇄소 사고 발생 시 대응 방법을 기록합니다.

사실 제대로 대처하진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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