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하루가 비어 있으면 마음이 먼저 불편해졌다. 해야 할 일이 없다는 사실보다,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건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일정이 없는 날이 생기면,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기보다 그냥 흘려보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같은 하루인데도,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돌이켜보면 예전의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그대로 두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았고,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안심이 됐다. 가만히 있는 시간은 비어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고, 그걸 채우지 않으면 하루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것 같았다.
지금은 그 흐름이 조금 느슨해졌다.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굳이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움직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있어도 그대로 둔다. 집에 오래 머무는 날도 있고, 잠깐 바깥 공기를 쐬고 돌아오는 날도 있다. 예전처럼 의미를 만들어내려고 애쓰지 않게 됐다.
얼마 전에는 집 근처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오랜만에 책을 손에 들고 앉아 있었는데, 어느 순간 주변 소리가 흐릿해질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제목은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였다. 무언가에 몰입하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는데, 읽는 동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예전 같으면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먼저 생각했을 텐데, 그날은 그런 판단 없이 그저 읽고 있는 순간에 머물렀다. 그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런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대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시간을 채우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 시간을 그대로 두는 쪽에 가깝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꼭 부족한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물론 여전히 가끔은 예전의 감각이 올라온다. 하루를 그냥 보내고 나면 괜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뭔가를 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오래 머무르지는 않는다. 다시 원래의 리듬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짧아졌다.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해졌다는 것과, 그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건 결국 같은 변화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고 느끼게 된 것.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큰 차이처럼 느껴진다.
혹시 당신은 어떤가요.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지, 아니면 그냥 그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방식이 언제부터 바뀌기 시작했는지도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