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까지 서둘러야 할까.”
한때는 늘 시간에 쫓기듯 움직였다.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곧바로 다음 일을 생각했고, 잠깐의 여유가 생겨도 마음은 쉬지 못했다. 무엇을 하든 지금 이 속도가 맞는지 스스로를 점검했고, 조금이라도 늦어지는 것 같으면 괜히 불안해졌다. 그때의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 기준은 나에게서 나온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주변을 보면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더 빠르게 가는 사람이 더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연스럽게 나도 그 흐름 안에 나를 맞춰두고 있었다.
쉬고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어딘가 뒤처지는 느낌을 줬다. 그렇게 하루를 채워가다 보면, 분명 많은 일을 했는데도 이상하게 남는 게 없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 속도가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계속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왜 이렇게까지 서둘러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점점 흐릿해졌다.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걸 처리하는 속도가 나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 예전 같으면 빈 시간이 생기면 뭔가를 채워 넣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 시간을 그대로 두는 날이 많아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생겨도, 그걸 굳이 다른 일로 바꾸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해야 할 일을 미뤄두고 잠깐 산책을 나간 적이 있다. 예전 같으면 그 선택 자체가 마음에 걸렸을 텐데, 그날은 그냥 걸었다. 특별한 목적 없이 걷고, 멈추고, 다시 걷는 그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았다.
돌아와서 일을 다시 시작했을 때, 오히려 집중이 더 잘 되는 걸 느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빠르게 움직여야만 잘하고 있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물론 아직도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다. 가끔은 예전처럼 조급해질 때도 있고, 남들과 비교하게 될 때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면 괜히 시간을 허비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감정에 오래 머물지는 않게 됐다. 다시 나의 속도로 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계속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한다. 빠르게 가는 것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가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혹시 당신은 어떤 속도로 살아가고 있나요. 지금의 속도가 편안한 편인가요, 아니면 조금 버겁게 느껴지나요. 그리고 그 속도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지도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