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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일의 썸머 Feb 02. 2020

2.[서안,西安]천년의 역사는 여전히 숨을 쉬다

50일 중국여행의 기록_서안


대륙의 객잔 ep16

천년의 역사는 여전히 살아있다





"중국 1000년의 역사를 보고 싶다면 북경을 보고, 3000년의 역사를 보고 싶다면 낙양을 보고, 5000년의 역사를 보고 싶으면 시안을 보라"


정말 괜한 말이 아닌 것이, 시안은 다른 무엇보다 중국의 유구한 역사를 21세기 이 시점에도 여전히 확인할 수 있는 역사의 도시로, 우리가 경주 혹은 전주를 가면 느낄 수 있는 시간의 오래됨을 시안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며 또 그 시간의 오래됨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병마용갱, 서안 섬서 역사박물관, 진시황릉, 화청지, 대안탑, 회민거리, 시안성벽 등, 우리가 시안에 가면 꼭 봐야하거나 시안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시안이 가지고 있는 유구한 역사의 증거물들로 모두가 역사문화재에 해당한다.


시안이 앞세우는 관광지로서의 면모는 중국 옛 조상들이 이룩해놓은 수준높은 문화와 관련되어 있으며 문화인류사 입장에서도 여전히 그 가치들이 명명백백하게 살아있는 것들로 한 나라의 문화재로만 생각하기에 아쉬운 전세계적인 문화유산의 가치때문에 여전히 많은 외국인들이 이 곳을 방문하고 있다.


시안에서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호스트 역시, 외국인들이 중국에 오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도시가 베이징과 시안이라고 하니, 이 두 도시가 중국을 짧게 다녀가는 여행객들에게는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 도시임에는 절로 동의가 된다. 베이징은 한 나라의 수도로서 중국을 이해하는데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여행지일 것이고, 시안은 중국 역사 규모의 크기를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는 곳이여서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곳일 것이다.


시안을 4일이라는 짧은 시간 머무르는 동안, 병마용갱, 섬서 역사 박물관, 회민거리, 종루 등 여러 곳을 방문했었지만, 시안을 다녀간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두 곳을 소개하고 싶다. 병마용갱의 경우, 세계의 8대 경이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이 곳은 1974년 그 모습이 처음 세상에 드러났지만, 2020년인 지금의 시점에도 여전히 발굴이 진행중에 있다고 하니, 2000여년 전에 인간이 만들어놓은 문화재의 규모를 감히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시안을 가면 꼭 둘러봐야 하는 필수코스이다.


하지만 내가 추천하고 싶은 두 곳 중에 병마용갱은 없다. 병마용갱에서 마주한 것보다, 대안탑과 시안성벽에서 마주했던 감정들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기반이 된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내 의견에 의의를 달아도 할 말이 없음은 물론이다.




대안탑


시안을 방문하기 전에 어떤 곳들을 방문해야할지 리스트를 작성해보았다. 구체적인 여행일정은 정하지 않았지만 어떤 곳을 방문해야 하는지는 대략적으로 알아두어, 나중에 다른 도시로 이동하고 나서 후회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 리스트에 포함된 대안탑을 꼭 방문해보고 싶었던 이유는 이 곳이 가진 역사적 이유 등의 거창함때문이 아니라, 단지 대안탑 안에서 시안 도시 전경의 모습을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안탑은 당나라 고종이 어려서 여읜 어머니를 위해 세운 절안에 있는 여러 건물 중에 하나로,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경전을 번역하고 보관하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대안탑은 중국과 인도의 양식이 혼재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이 당시 당나라에는 여러 문화가 융합되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대안탑을 찾은 이유는 이 곳의 탑에 오르면 시안 시내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인데, 막상 이 곳을 방문하고 나니 더 좋았던 점은 중국에서 방문한 여타의 사찰에서 볼 수 없었던 다른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찰이나 혹은 오래된 문화재를 방문해서 받게 되는 인상은 그들이 복원했다고 하는 문화재의 모습은 하나같이 너무나도 힘이 들어가있고 화려하다는 것이고, 그 화려함은 현재 세계 경재 대국으로 변모한 중국 자신을 과시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느낌까지 받는다. 그래서 지금 그들이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그들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민족의 자손인지를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문화재의 복원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대안탑은 힘이 들어가 있고 화려한 모습의 문화재와는 달리, 오래된 옛 모습의 정취가 남아있어서 종교가 가지고 있어야 할 본연의 모습은 바로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곳이여서 좋았다. 화려함보다는 고즈넉함이 있고, 그래서 옛날 당나라 왕조가 대안탑을 세웠을 때의 그 마음가짐과 그 건물자체에 경건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대안탑은 4각 7층의 탑으로 각층 사방에 있는 아치형의 작은 창으로 시안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는데, 동서남북의 서로 다른 방향으로 시안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베이징처럼 도시의 중심에는 큰 건물이 들어서 있지 않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 때문에 옛 시안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다. 바로 당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볼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대안탑에 오르면 동서남북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시안 시내를 볼 수 있다


대안탑에서 시안의 전경을 바라본 날은, 가시성이 좋은 맑은 날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꽤나 먼 곳까지 볼 수 있었고, 중국의 전형적인 옛 모습의 기왓장이 올려진 검은 빛의 지붕들이 가지런한 모습으로 사방으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대안탑에서 깨달은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여유를 가지면 사물의 다양한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전경全景을 본다고 한다면,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야만 누릴 수 있는 것이고, 이렇게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의의를 달 생각은 없지만, 여기서 간과되고 있는 것은 꼭 가장 높은 곳에 올라야만 전부를 볼 수 있는 것 아니라는 것이다.


대안탑 맨 꼭대기층에서 동서남북 방향으로 시내 전경을 바라보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주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이였지만, 제일 꼭대기 7층과 그 바로 아랫층인 6층에서 바라보는 시내 전경의 느낌은 또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6층과 5층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는 또 달라서 만일 대안탑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대기층에서만 시안의 전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층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모두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대안탑에서 깨달았던 사물을 보는 방식은 나중의 다른 도시에서도 잊지않고 적용을 했었다. 제일 높은 곳에서의 사물을 보는 방식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물을 살펴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을 놓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삶을 바라보는 방식도, 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도 한 가지의 시선이 아니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래서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궁극적으로는 삶은 대하는 태도에 여유를 가지는 기회를 얻어 유동적이고 부드럽게 살아가고 싶다. 이번 중국 여행을 혼자 다녀오게 된 것도 바로 거기에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안성벽


시안성벽은 중국에서 보전하고 있는 건축물 중에서 가장 완전한 고성중의 하나라고 하며, 명나라 시대의 건축물이다. 중국에서 보전하고 있는 가장 완전한 건축물 중에 하나라고 하니, 그만큼 정비도 잘 되어 있어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아주 쾌적한 환경에서 시안성벽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성벽에서 자전거 타기 등은 관광객에게는 더없는 매력으로 시간여행의 시간까지 덤으로 제공받는다.


나에게 있어 시안 여행의 백미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시안성벽이라고 말할 것이다. 4일동안 2번이나 시안성벽을 다녀왔으니 말이다. 이후에 방문한 중국의 다른 도시에도 성벽은 있었지만, 시안성벽에 비할바는 못되었다. 무엇보다 이 곳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점은 시안성벽 그 자체에 있었다기 보다는 시안성벽에서 바라 본 성밖의 모습이었다.



시안성밖의 집들은 성벽에서 일정거리 이상안으로는 성벽보다 높지않고 나즈막하게 군집을 이루고 있어 그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명나라 시대의 축조된 건축물로, 성벽은 그 당시 왕조의 권위와 위엄의 상징이였을 것이다.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성벽밖은 그 권위앞에 조아리 듯한 형상으로 나즈막하게 이루어진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아주 오래되고 낡아보이는 집들에서 보여지는 일반 중국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아주 세련된 모습으로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성벽과는 대조된 모습이였다. 빨래 등이 널려져 있는 모습을 통해서 날 것 그대로의 중국인들의 모습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는 시간은 내게는 인상적이였다.


성벽을 방문한 첫 날은 자전거를 타고 성벽 한 바퀴를 돌아보느라, 사실은 성벽밖의 모습에는 집중을 하지 못했고 자전거로 성벽을 한 바퀴를 돌고 났더니 해는 저물고 그 날 호스트와 잡아둔 저녁 약속때문에 천천히 성벽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성벽을 두 번 방문한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시간에 여유를 두어야 볼 수 있는 것들을 시간에 쫓겨서 보지 못했으니, 한번 더 와서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울퉁불퉁한 성벽길을 한 두 시간 타고나면 엉덩이가 아파오지만, 성벽 한 바퀴를 도는 것이 의무가 되버린 것인양 정신없이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보니 벌써 해가 저물고 있는 시간이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 볼 수 있는 저녁노을도 시안성벽에서 즐겼던 소중한 시간이였다. 130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역사의 건축물에서 빨갛게 불타오르는 태양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모습은 낭만적인 시간을 선사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중국의 주요 문화재나 관광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웨딩촬영인데, 그들의 결혼문화에서 사진촬영의 장소는 너무나도 전방위적이다. 이번 여행에서 중국의 주요 문화재 혹은 관광지에서 목격한 웨딩촬영을 나중에 따로 모아 글로 발행해도 될 정도이니.


이틀에 걸쳐 경험했던 시안성벽은 내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곳에서는 중국 일반 국민들의 다양한 문화체험의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기도 했고, 지역민들이 체력을 단련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으며, 성벽주위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볼 수 있었던 해가 지는 저녁노을의 낭만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고, 울퉁불퉁한 길에 자전거를 타며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성밖으로는 사람사는 날 것의 인간적인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다시 시안에 온다면, 그래서 다시 시안성벽을 방문해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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