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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일의 썸머 Jan 28. 2020

2.[서안,西安]장안의 화제를 가다

50일 중국여행의 기록_서안


대륙의 객잔 ep15

장안의 화제를 가다





10kg가 넘는 배낭을 매고 전속력으로 정신없이 달려서 가까스로 시안행 기차에 탑승을 했고, 6시간 후에는 이번 여행의 두번째 도시인 시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정신없이 달렸던 탓에 기차안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그렇다고 기차안에서 파는 음식들을 사서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것이 그 음식들이 마트에서 어느 정도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고 싶지 않았다. 융통성이 있는 자이기보다는 돈 몇푼에 배고픔을 견디는 짠돌이가 되고 말았다.


기차에서 내리니 배가 고팠다. 무엇이든지 먹어야할 것 같았고, 기차역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한 한 끼를 해결하려고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무엇을 먹어야할지를 고민했다. 이럴 때 항상 발생되는 문제가 하나있다. 중국은 음식의 선택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딱히 뭘 먹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결정장애를 가진 이들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김밥천국을 가면 그 수많은 음식의 종류앞에서 선택의 반복을 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수많은 음식의 선택지 앞에서 망설이게 된다.


간단한 요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였기 때문에, 10원(우리돈으로 대략 1800원)이라는 싼 가격이 매력적이였던 처음 보는 음식을 선택했다. 그것은 바로 로우자모肉夹馍라는 일명 중국식 햄버거로 빵안에 고기를 넣어서 먹는 것으로, 빵안에 들어가는 고기는 취향에 따라서 선택이 가능하다. 사실 내가 이 때 이 것을 먹을 때만 해도, 이것이 시안西安을 대표하는 음식인줄도 몰랐지만, 나중에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도 시안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반가운 음식이 되어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로우자모'를 좋아한다면 그 것이 어떤 이유때문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무조건 빵의 식감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빵순이라고 불릴만큼 유난히 빵을 좋아하는 나는, '로우자모'에 들어있는 고기를 모두 덜어내고 빵만 먹고 싶은 의향이 있을 정도로 빵의 식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빵의 겉쪽은 아주 바삭거리고, 상대적으로 빵의 안쪽은 부드러워 양념이 밴 고기와 함께 한 입 배어물면 '로우자모' 한 개가 아쉬울 정도였으니까.


시안에 도착에서 잘 모르고 선택한 첫번째 음식이 다행이 시안을 대표하는 음식이였고, 그리고 나중에 또 먹고 싶을 만큼 계속 생각나는 맛있는 음식을 선택한 것이 시안 여행의 시작이였다. 물론 생각난다고 다시 먹을 기회를 많이 만들 수는 없는 것이, 중국에는 너무 많은 음식의 선택지가 있으니까 우선순위의 음식이라는 것이 있기가 힘들고, 그 생각나는 음식은 새로운 음식의 선택지앞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중국이 요리의 천국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닐 것이다. 중국 여행을 하게 된다면 꼭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생소함을 경험해보라 말하고 싶다. (물론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기상천외한 음식을 맛보라는 것이 아니다.) 익숙한 재료들이 낯선 문화에서는 우리와 다르게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경험하라는 얘기다. 그것은 아마 당신의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회민거리와 먹거리들


시안은 중국의 대표적인 오랜 역사/문화의 도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장안의 화제'의 장안이 바로 시안이다. 장안은 당唐나라의 수도이자 실크로드의 시작점인 곳으로, '장안의 화제'란 수도를 떠들석하게 만들만큼의 유명한 이야기란 뜻이다. 중국 통일왕조의 수도였던 당나라의 장안은 세계 처음으로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였다고 하니, '장안의 화제'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닌 듯 하다. 그리고 중국의 13개 왕조의 수도였던 장안은 그리스의 아테네, 이탈리아의 로마, 터키의 이스탄불과 함께 세계 4대 고도古都로 꼽힌다고 한다.


"중국 1000년의 역사를 보고 싶다면 북경을 보고, 3000년의 역사를 보고 싶다면 낙양을 보고, 5000년의 역사를 보고 싶으면 시안을 보라"


해가 저무는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시안의 호스트집에 도착했다. 전철역에서 걸어서 대략 15분거리에 있는 곳이였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베이징에서 서안으로 오는 그 하루일정의 여정이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배낭에 더해져서 호스트의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호스트의 집에 도착하니, 한국인 여행자가 방문하는 것을 고려하여 한국노래를 틀어놓고 외국인 배낭객을 맞이해주었다. 그 마음 씀씀이가 정말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호스트와 함께 밖으로 나가 저녁을 먹은 곳은 바로 시안의 대표적 유명지인 회민거리回民街이다.


시안이 실크로드의 시작점이였던 곳인만큼 과거부터 이슬람 문화와 활발한 교류로 당나라 때 형성된 '회민거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국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받는 곳이다. 이슬람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회족回族은 중국 소수민족 중의 하나로, 시안의 회민거리에서는 이슬람 문화를 대표하는 하얀 모자를 쓴 회족 사람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다. 회족거리는 중국문화가 이슬람문화의 교차점을 아직도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호스트와 함께 간 회민거리는 관광지로 대표되는 시끌벅적한 곳이 아니라, 그 곳 지역민들이 자주 간다는 곳으로, 이 날 먹은 저녁은 시안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음식인 '양로우파오모'였다. 지역민들이 찾는 곳이여서 그런지 골목은 비교적 한산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었고, 호스트는 시안 도착 첫 날의 저녁을 위해 시안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양로우파오모羊肉泡馍‘ 식당으로 안내했다.


'양로우파오모羊肉泡馍‘는 화덕에서 구워낸 피자처럼 생긴 밀가루 빵을 잘게 찢어 양고기탕에 넣어 먹는 음식이지만, 고명으로 올리는 고기는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고 양고기를 올려서 먹는 것이 더 비싸다. 평소 양고기에 익숙하지 않고, 양고기가 더 비싸기 때문에 소고기를 올려먹자는 호스트의 제안이 있어서, 그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비싸더라도 혹은 양고기에 아주 익숙하지 않더라도 아류의 음식을 먹기보다는 정파의 음식을 먹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때 먹은 한 그릇의 양고기탕의 맛을 생각하면 그나마 소고기를 시킨 게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양고기를 푹 우려 낸 육수의 진한 기름기가 소고기 사골 육수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낯선 느낌을 안겨주었으니 말이다.



음식 주문을 하면 빵 두 개가 담긴 그릇을 넘겨받게 된다. 여기서 해야할 일은 인내심을 갖고 빵을 잘게 찢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먹을 빵을 자신의 손으로 찢어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슬로우푸드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 와중에 뭉툭하게 빵을 찢고 있으니, 옆에 앉아있던 호스트가 더 잘게 찢어야 한다며 우리 바로 앞에 앉은 중국인 아주머니의 그릇을 보라는 한 마디를 한다.


이 음식의 포인트는 바로 빵을 잘게 찢어야한다는 것이고, 잘게 찢은 빵이 나중에 뜨거운 양고기 육수에 담기면 촉촉하게 육수를 머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인내심을 갖지 못하고 뭉툭하게 빵을 찢게 되면 빵과 육수는 입에서 겉돌아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찢어야 하느니라, 잘게 찢어야 그 황금비율의 경지를 만나게 되리니..


그 정도면 됐다고 호스트가 사인을 준다. 그러면 두 개의 빵은 어느새 잘게 찢겨서 흰 그릇에 수북히 쌓이게 되고, 이 그릇을 양고기탕에 담는 과정을 위해 직접 들고 일어나 직원에게 가져다주어야 한다. 그럼 정성스럽게 찢은 빵은 따뜻한 양고기 육수에 담겨, 그 위에는 고명이 올려진 채 다시 나에게 반환이 되어 돌아온다.


시안을 대표하는 아주 유명한 음식이라고 하니, 반가운 마음으로 한 입 먹어보지만, 양고기가 왜 아직 나에게 낯선 음식일 수 밖에 없는 것인가를 깨달았던 시간이였다. 이 양고기탕을 입맛에 들인다면 우리나라 곰탕 한 그릇을 먹는 것과 같이, 고기의 진한 육수의 고소함과 먹고 나면 느껴지는 몸보신의 기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처음의 경험은 선을 넘는 느끼함이였다.


고기의 육수를 우려내서 만드는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국의 곰탕은 맛에 있어 간결하고 정갈한 느낌이 있지만, '양로우파오모'의 경우는 여러 문화가 교차한 지역의 음식이여서 그런지 뭔가 더 무거운 느낌이였다.


진한 육수의 느끼함을 그나마 달래준 병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작은 종지에 담겨다오는 마늘 장아찌이다.

한 입, 두 입 먹다가 느껴지는 느끼함이 배가 되었을 때, 작은 마늘 장아찌를 입에 넣으면 어느 새 그 느끼함은 가라앉고 세 입, 네 입을 먹을 수 있는 동력을 회복하게 된다. 쉽게 얘기하면, 느끼한 음식을 먹고나면 김치가 생각나는 경우를 떠올리면 된다. 그나저나 사람들은 음식의 궁합을 기가막히게 찾아내는 것 같다.



느끼한 양고기탕 한 그릇으로, 베이징에서 시안으로 이동해서 누적된 피로가 원기가 회복된 것 같은데, 호스트는 외국인 여행자에게 이것저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던 마음에, 이후에도 몇 가지 길거리 음식을 먹어보라고 권했다. 나 역시 새로운 장소에 가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생소한 음식들을 경험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역시 사람에게는 먹을 수 있는 양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 언제나 안타까울 뿐이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음식을 맛보느라 이 날 배는 터질 뻔했고, 그리고 먹었던 길거리 음식들이 얼마나 많은 기름기를 머금고 있는 가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였지만, 호스트가 권해준 길거리 음식들은 시안에서의 좋은 경험이 되게 만들어주었다.


고기와 야채 등을 볶아 넣어 먹는 전병


시안의 특산물 홍시호떡, 견과류 등을 꿀에 절여 홍시안에 넣고 튀겨서 만든 것으로 매우 달콤하다. 우리나라 씨앗호떡과 닮아있다.


생김새와 맛이 우리나라의 그 것과 닮은 약밥


배가 부르게 다양한 음식을 먹고나서야 관광객들이 몰리는 회민거리의 중심지로 이동하게 되니, 역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만큼 불빛도 화려하고 시장의 활기가 넘친다. 회민거리의 상업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안에 도착한 첫 날은, 실크로드의 시작점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부터 출발했다.



http://instagram.com/jihe.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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