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시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오는 비행기표만 끊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는 끊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귀국을 해야할지는 변동될 수 있는 여행의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끊지 않았던 것은, 여행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과연 내가 무리하게 보이는 계획을 완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며칠내로 끝나는 일정이 아니라, 생애 최초로 혼자서 하는 장기간의 여행이여서 더욱 그랬다.
중국여행 계획을 짜느라 자주 보게 되었던 중국지도는 항상 내 손바닥만한 크기안에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어느 도시를 방문할지를 대략적으로 정하고나서는 내가 너무 무리한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손바닥크기만한 작은 지도를 보며 짠 여행계획은, 사실상 너무 현실감각이 없이 중국의 크기를 우습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겁이 났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전국의 어느 곳이든 일일생활이 가능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개념자체를 달리해야 한다. 그것이 2018년에 중국 상하이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도중에 여행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염두해두었지만, 계획대로 무사히 여행이 진행된다면 대략 한달정도의 시간에 계획한 도시를 모두 방문해야하는데 한 도시에 3~4일 정도만 머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도시를 평균적으로 4일만 머무르는 것은 거의 물에 발만 담그고 오는 것일 수 있지만, 이번 여행은 짧은 시간에 대륙을 크게 돌아보는 것에 욕심이 컸었다. 베이징 이후의 두번째 도시인 서안에서의 일정은 4일이다.
중국에서 기차타기
5일의 베이징 여행을 마치고, 중국 내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도시로 고속철도를 타고 이동을 한다. 시속 300km/h의 빠른 속도록 달린다고 해도, 베이징에서 6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시안西安이다.
외국인이 중국에서 기차를 이용하는 것은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과는 다르다. 모든 것이 전자화되어 있고 간편한 방법으로 모든 것을 이용하는 것이 습관이 된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서 기차를 이용할 때 느껴지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특히 비행기 뿐 아니라, 기차, 지하철, 혹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는 반드시 짐검사를 받아야하는 것 등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생각된 점이 있는데 그것은 중국의 결제시스템이다. 중국에서 모든 결제를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굳이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한국의 결제시스템보다는 훨씬 경제적이고 간편하다. 그것의 보편성은 생각한 것보다 광범위해서, 아주 큰 쇼핑몰이라고 하더라도 비자, 마스터카드 혹은 현금을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카드를 받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점원 입장에서는 자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카드기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서 결국은 사려고 했던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놓아야하는 경우도 생겼다.
기차를 탈때도 이들의 결제시스템만큼 비교적 간편한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비교적'이라고 한 마디를 덧붙인 까닭이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차표는 기차역에 가서 직접 구입하는 방법 외에도, 온라인에서 쉽게 원하는 시간과 날짜의 기차료를 예매하고 결제가 가능하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기차표를 온라인으로 구매한 이후에 따로 종이표 발권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표검사없이도 기차에 탑승할 수 있고, 예매한 자리에 착석을 한 이후에도 표검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중국에서는 온라인에서 구매한 표는 무조건 종이표 발권을 해야한다. 그것은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상관없이 모두에 해당하지만, 어떤 중국인들은 신분증 하나만으로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는 여행을 하는 동안 알아내지는 못했다.
종이표 발권을 하더라도 표검사는 몇번에 걸쳐 이루어진다. 왜 한번만 하면 안되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가 안가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나같이 다른 나라에서 온 이방인만이 불평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불평만 할 수 있을 뿐, 불평이 반구매로 이어진다면 중국에서 기차는 이용할 수가 없다.
짧은 시간동안 중국의 여러 도시를 방문하기로 계획한 만큼, 이번 여행에 있어 기차이용은 필수로 해야만하는 선택상황이다.
종이표 발권을 손에 들면 짐검사와 함께 여권, 기차표 검사를 받는다. 이 순서를 거쳐야만 기차역에 입성할 수 있다. 기차역에 들어서면 몇번 게이트에서 기차를 타야하는지 확인을 해야하고, 기차시간이 다 되어오면 표검사를 받아야 기차에 탑승할 수 있다. 두번에 걸쳐 표검사를 받고 기차에 앉았다고 하더라도, 승무원이 한번 더 표검사를 한다. 벌써 세번째.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세번에 걸쳐 검사된 표는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되고 목적된 기차역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는 소중하게 다뤄야한다. 기차역을 나갈때 표검사를 한번 더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에서 기차이용이 비교적 간편한 방법이라고 얘기한 이유이다. 간편하게 온라인 구매는 가능하지만, 우리네 입장에서는 완전한 간편은 아니고 불편함과 불이해의 점이 동시에 존재하는 '비교적'으로 간편한 방법인 것이다.
외국인과 중국인이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에 있어서 가장 큰 다른 점은, 중국인들은 온라인에서 표를 얘매한 후 기차를 타기전에 무인발권기에서 직접 표를 발권할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무인발권기 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창구에 줄을 서서 표를 발권해야한다.
앞서, 중국에서의 생활방식은 한국과는 개념 자체를 달리해야한다고 했었는데, 워낙 사람자체가 많다보니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많은 사람들에 대비해서 동선과 시간을 짜야한다. 특히 기차역, 공항과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공공장소라면 더욱 그렇다.
중국의 기차역창구도 그렇다.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긴 줄을 서야만 원하는 목적지의 기차표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 간편한 방법으로 표를 예매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14억 인구 모두가 그 간편한 방법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며, 그래서 창구는 급하게 표를 구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대도시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외국인이 중국에서 기차를 이용하려면 넉넉하게 기차시간 한 시간전에는 도착해야 표를 발권하고 짐검사를 받고 기차시간에 늦지않을 수 있다.
베이징에서 서안으로 이동했던 이 날은, 지하철타는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기차역에 15여분을 남겨두고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기차표는 그 전날 이미 기차역을 일부로 찾아가서 발권을 해두었던 터라, 짐검사만 받으면 기차를 탈 수 있었지만, 기차표를 미리 발권해두지 않았더라면 그 비싼 고속철도 표값은 날려버렸을 수도 있었다. 12kg이나 되는 가방을 매고, 뛰어야만 했던 심정은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는데, 무사히 서안에는 도착했지만, 베이징에서의 나의 호스트가 나중에 문자를 보냈다.
"너가 너무 늦게 출발한 것 같아서 기차를 제대로 탔는지 걱정이 됐어.'
그 이후로 기차를 타는 날이면 언제나 시간에 민감해지고, 동선과 시간을 미리미리 몇번이고 확인을 해야만 했다. 비싼 고속철도를 이용해서 중국을 여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비싼 표값을 날려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서안으로 가는 첫 날은 이렇게 10kg가 넘는 무거운 배낭을 매고, 있는 힘껏 달려야만 하는 진땀나는 상황이 발생하는 날이였지만,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도시로 이동하는 마음은 새로운 장소에서 경험하게 될 미지의 시간이 기대되는 그런 날이기도 했다. 지옥도 경험하고, 동시에 기쁨도 함께 만끽했던 날이였다.
여행은 감정의 변주를
경험하고,
시험하고,
조절하고,
그래서 성장할 수 있는 것.
중국여행내내 가지고 다녔던 수첩에 적어두었던 이 한 줄은, 이 날의 상황을 잘 표현해준 것 같아서 남겨둔다. 그렇게 나의 두번째 도시여행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