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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일의 썸머 Jan 17. 2020

1.[베이징,北京] 우리것을 생각하다

50일 중국여행의 기록_베이징


대륙의 객잔 ep13

우리의 것을 생각하다


서태후의 별장 '이화원'에는 수향마을까지 갖춰져있다


중국의 거대한 문화유산을 마주하다


마주하는 모든 것이 거대하다. 베이징에서 시작하여 상하이에서 끝이 난 50여일간의 중국 배낭여행에서 마주한 그들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은 규모면에서 어떤 것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그리고 50여일간의 짧은 기간동안 광활한 중국대륙의 절반 크기를 한 바퀴 돌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인들이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보여주는 여러 지표중에서 그 광활한 대륙의 여러 도시들을 서로 긴밀하게 이어주는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때문이였다.


고속기차와 인터넷이 없었다면 50여일의 시간동안 중국의 절반을 절대 둘러볼 수 없었을 것이다. 문명혜택에 에둘러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단기간의 여행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땅이 넓고 험준한 곳이 있더라도 기어코 철도를 놓고마는 중국인들의 기술에도 감탄하는 마음도 들었다. 문명의 이기때문에 발생되는 환경의 문제가 우선시 되지 않는 것은 제외하면 말이다.


중국의 고속철도를 타고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중국인 아저씨는 중국의 고속기차가 얼마나 빠른지 그들의 기술력에 내심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듯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중국정부에서도 오래전과 비교하여 얼마나 많은 고속기차 노선이 생겼는지 막대그래프를 이용하여 그 지표를 보여주는 광고를 보여주는 것에도 열심히였다.


이렇게 중국에서 마주한 랜드마크 혹은 현재진행형으로 지어지고 있는 것들도 우선 그 규모면에서 사람을 압도하다 보니, 우리의 문화유산과 혹은 자연유산과 비교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중국을 가기 전에도, 규모때문에 우리의 것이 왜소하거나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지만, 중국여행의 첫 도시인 베이징의 이화원, 만리장성, 자금성 등을 둘러보며 '미美'에 대한 의식이 '규모'의 한 가지 요소에 의해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지구밖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인공호수를 가지고 있는 이화원, 하루로도 부족하다는 자금성과 같은 중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를 둘러보는 것은 베이징을 여행하던 매일 매일이 규모로 압도당하는 놀라움의 연속이였다.


만리장성


자금성


이화원




우리의 것을 되돌아보다 


이번 중국 여행에서 느낀 중국의 문화유산과 우리의 것과 비교한 감회는 '베이징'편에서 언급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베이징에 모여있는 만큼 여기서 내가 느낀 바를 적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편에서는 경복궁과 자금성의 비교를 예로 들면서,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미의식은 단편적일 수 없으며 문화유산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 느끼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 나름의 고유한 문화와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확고한 문화의식이 있다면 어떤 것에도 흔들리고 마음 상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이고 있다.


경복궁에 대해 내가 줄곧 듣는 정말로 기분 나쁘고 화나는 말은 "자금성에 비하면 뒷간밖에 안된다"는 식의 자기비하다...(생략) 중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역사적 콤플렉스에다 유난히 스케일에 열등의식이 많아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만 경복궁에는 자금성에서는 볼 수 없는 또다른 미학과 매력과 자랑이 있다.
...(생략)
경복궁의 중요한 특징이자 자금성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위치설청에 있다. 자금성은 건축디자인의 기본취지가 위압감을 주는 장대함의 과시에 있다. 이에 반해 경복궁은 우리나라 건축의 중요한 특징인 주변환경, 즉 자연과의 어울림이라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조선왕조 건국자들이 이 위치를 찾아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검토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는지 모른다. 건축미학 자체가 다른 것이다.


미의 시각적 이미지를 무시할 수 없지만, 더 넓게 바라보는 눈을 키워가는 것, 그리고 숨겨진 의미와 의도까지 창의적 상상력으로 추론해보고 전체를 볼 수 있는 미의식을 갖추야 한다는 것을 유홍준 선생은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미의식을 갖춰야 비로소 다름의 미학에서 그 대상을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올바른 미의식을 갖춰야한다는 당위성이 아닐지라도, 중국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모든 것이 규모면에서 거대하다보니, 여행 초반에 방문했던 도시들에서 느꼈던 규모의 위압감은 여행의 중반과 후반을 지날수록 감각이 무뎌져서 왠만하게 거대한 것을 보지 않으면 흥미가 생기지 않는 역효과가 나타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크고 화려함에 지쳐가고, 아기자기하고 아담하고 소박한 우리네 모습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산속에 폭 묻혀있는 오래된 사찰을 찾아갈라치면, 자연이 내어준 길을 따라 조금은 숨이 차게 걸어야 그 모습을 볼 수 있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외형적 규모가 크지 않지만, 단아한 멋에 평안한 마음까지 맛볼 수 있는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우리 고유의 분위기가 마냥 그리워지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보니 우리의 것이 어떻게 다른지 더 잘 보이고,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마주한 중국의 크고 화려함때문에, 박경리 선생이 '토지'에서 언급한 한국인의 미의식의 정의가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생략할 대로 생략해버리는 세력된 미의식


동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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