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자격증 뇌

암기 잘하는 사람들

by 깐나
자격증 뇌


이것은 지금까지 내 주변에 있었던 자격증을 잘 취득하고 암기를 잘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바라보고 느낀 점에 대해 쓴 관찰록이다.




처음부터 밝히고 들어가자면, 안타깝게도 내가 그 암기 잘하는 사람에 속하진 않는다. 머리가 엄청 나쁜 편은 아니지만 머리 좋은 것이 바로 시험을 잘 보고 자격증 합격을 한다로 무조건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뇌가 발달된 방향이 다르면 암기가 반을 차지하는 자격증 취득에는 취약할지도.

자격증 하면 일반적으로 기사 자격증을 떠올리기 쉽다. 주변에 취업 후에도 기사공부든 NCS든 영어공부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 다 남자들이다. 내가 공대를 나왔기 때문에 주변의 대다수가 거의 다 남자거나 남자 같은 여자여서 모표본 이렇다 보니 그런 걸 수도 있다.

이들이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점관리도, 대외 활동도, 토익 성적도 중요하지만 해당 학과의 기사 자격증도 필요하다. 전화기는 거의 대부분 기사를 다 취득하고 졸업하는 거 같다.

놀라운 사실 하나 말하자면 이들은 퇴직이 가까워 와도 은퇴 후 삶의 설계를 위해 지속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한다. 인터넷 기사에 심심치 않게 보이는 자격증 20개 취득한 그런 사람들이 이 사람들의 말로?이다.



노화가 될수록 기억력이 나빠지고 체력도 저하되어 공부를 하기 까다로운 상태가 되는 것은 사실이나 공대뇌들에게는 딱히 그게 해당되지 않는 느낌이다. 뇌를 쉬지 않고 학대하면 뇌는 기특하게도 복수를 하는 대신 노화되지 않는다는 선물을 선사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평상시에는 딱히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도 못하고, 번뜩이는 눈빛으로 총명하다는 인상을 보여주지 못하면서도(단순히 눈이 안검하수 일 수도) 자격증만은 잘 취득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과는 안 보여도 머리는 좋은 것일까?

머리만 좋아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 노력+지능+부모님의 경제적 서포트+환경, 이것들이 합쳐져서 대입입시 합격이라는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온다. 지능을 제외한 노력과 경제적 서포트 및 그 밖의 환경이 변수로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출신 대학교는 한국에서 아이큐테스트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통용되는 지능의 척도이다. 취업을 하면 더 뼈저리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학벌이 좋을수록 취득한 자격증이 많으냐? 그건 절대 아니다. 자격증은 엉덩이 싸움이다. 더 앉아서 한 글자 더 보고 책과 더 씨름하는 사람이 이기게 된다. 엉덩이가 무겁고 노력하는 것도 지능이 높다는 방증이다. 성실도 재능이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머리가 엄청 좋은 편은 아니더라도 암기력만큼은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믿음은 20살부터 꺾였다. 나는 똑똑한 축에 절대 끼지 못했다. 주변에 자격증을 계속 취득하는 괴물들을 보며 스스로에 대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재능을 미워하고 질투하면서도 끝끝내 자격증 공부는 시작도 안 했다. 성실성에서 뒤처져버렸다. 이미 패배의식에 가득 차버린 탓이겠지.

일단 대학생이 어떻게 학교 끝나고, 공강시간에, 방학기간에 놀지 않고 "중앙도서관"에 가서,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건지 그것부터 의문이었다. 과탑인 친구 D와 다니면서 공부를 그렇게 못한 것도(교수님들이 보면 얼마나 신기했을까! D와 함께 수업을 들었기에 팔자에도 없는 맨 앞자리를 매번 사수했었다) 그 친구는 도서관 갔을 때(좋아하는 선배가 도서관에 있어서 보고 싶어서 간 김에 공부하다 보니 과탑이 된 긍정적인 케이스) 나는 계속 온종일 놀고 다닌 탓이 클 것이다.

과탑 말고도 과바텀과 도 친구를 했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야구선수 방어율 정도의 학점을 가진 친구 E였다.




몇몇 의사들이 죽도록 공부했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의사가 되면 악에 받쳐서 막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의사 발톱만큼도 쫓아가지 못하면서도 고등학교 때 잠을 줄여가며 공부했던(자체적으로 한건 아니고 기숙사에서 못 자게 시켜서) 과거가 억울해서인지 가소롭게도 보상심리를 느껴버리고 말았다. 그런 탓에 대학생 때는 도무지 공부가 안 됐다. 아니면 내가 단순히 물리를 못 하는 것을 스스로 인정 못해서 방어기제로 "아 공부가 안 돼" 하고 핑계를 대며 안 한 것일 지도.


그런 내가 과거에 했던 과오로 인해 지금 나이를 다 먹고 나서 고생을 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여타 공대 출신 직장인들처럼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퇴근하고 공부하는 것은 힘들지만 대학생 때 놀지 않고 공부하는 것보다야 훨씬 쉽다. 일단 취업 전에 죽도록 놀았기 때문에 일말의 후회도 없는 점이 나를 공부하게 만드는 주 원동력이다. 뭐든지 열심히 하면 그것은 결심을 맺는다. 어찌 됐든 과거의 업보라 생각하고 공부를 하고 있다. 돈과 자격증은 나를 결코 배반하지 않는, 내 인생을 책임져 주는 유일한 친구이니까.


지금 내가 공부하고 있는 자격증은 '어차피 기억도 안 나는' 전공 지식의 10프로도 쓰지 않아도 되는 자격증이라 맨땅에 헤딩을 하는 느낌이다. 외우는 것이 90% 이상인 시험들의 장점은 머리가 크게 좋지 않아도 딸 수 있다는 점이지만, 단점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신경향이 출제돼서 운이 나쁘면 쉽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번에 치르는 시험이 외우는 거 잘하는 사람은 도전해 보라고 유명한 시험인데, 아까도 말했듯 암기뇌만은 자신 있던 나였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사라져 간다. 외우고 뒤돌아서면 머리에서 다 휘발이 돼버린다. 이때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뇌를 학대해야 한다. 100번 보다 보면 그냥 계수 같은 것은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쳐다만 봐도 파바박 하고 숫자가 떠오른다. 내 뇌보다 눈과 손이 더 빠르게 기억을 해준다.


생계가 달린 문제라면 꼭 취득해야 한다는 압박은 어쩔 수 없지만 시험공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공부하기가 싫어져서 공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이 진행된다. 그러기에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냥 틈틈이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가 생활이 되어야 한다. 염치 불고하고 지하철 출퇴근 할 때든, 여유로운 여유 있는 업무시간에든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다가 또 카톡도 보내고 유튜브도 보고 주식창도 잠깐 들어가 보고 하다 보면 지루할 틈도 없고 혈압도 빡 올라서 뇌에 혈류량이 늘어나고 뇌에 산소공급이 원활하게 돼 공부 효율이 높아진다. 생존에 대한 위협을 느껴서 공부가 본능적으로 되는 것도 포인트. 이것이 자격증 킬러인 황새를 따라가지 못하는 뱁새인 내가 가랑이가 찢어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하는 방법이다.




타인의 자격증 취득 숫자를 보며 불안감을 느끼고 질투하는데만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인생의 낭비이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늦긴 했지만 시작하기엔 제법 괜찮은 타이밍이다.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예전에 본 책에서 어딘가의 달인이 되려면 열심히 했을 경우 10년 정도가 걸린다고 들었다. 인간 기대수명이 100세라 치고 20살부터 최소 8가지 종목의 달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쉼 없이 열정적으로 8가지의 달인이 되기 위해 달리는 것은 숨이 찰 수 있지만 가볍게 자격증 몇 개 정도 따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지 않을까? 오늘부터 천천히 걸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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