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긴 게 1년 만에 찐 것도 아니고 7년 정도에 걸쳐서 서서히 찐 살을 고작 일년에 2키로로 안 찐 살을 10키로 쪘어하고 슬퍼하는 것도 내 몸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원래도 인생 전반적으로 나는 보통통 몸매가 일반적이었고, 날씬했던 시절은 내 인생의 1/5정도 밖에 안 될 텐데 마치 평생 날씬했다가 갑자기 살 찐 것 마냥 호들갑 떠는 것도 자의식 과잉이다. 라고 쿨하게 말하기엔 10키로는 여자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내가 130키로 이랬으면 10키로가 쪄도 그러려니 했을 거 같은데 날씬한 몸에서 증량된 10키로는 거의 천지개벽 수준의 차이를 만들어줬다.
잔뜩 불어버린 팔살에 입을 수 없는 상의, 사진 찍으면 유독 튀어나오는 턱살, 내 배에 맞지 않는 바지를 늘리기 단추를 이용해 꾸역꾸역 늘려봐도 한계에 치달아서 결국엔 문명인이라 안 입고 다닐 수는 없으니 새로 산 New jeans. 도저히 짧은 바지, 치마를 입을 수 없게 하는 붙어버린 허벅지. “살 쪘지만 괜찮아~”라는 어쨌든 많이 찐 것은 맞다는 것을 전제로 한 위로의 말은 내 영혼에 상처를 줘버렸다.
징징거려도 좀 이해해 달라.
난 평생 허리에 살이 붙지 않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 오만했다. 통통했을 때도 허리는 얇았었고 무엇보다 다시는 통통했을 때로 돌아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식욕 조절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신기했고, 직장 상사가 사다 주는 간식도 안 먹고 친구에게 넘겼고, 하루에 1끼 먹는 게 일상이었고 그 1끼마저 밥 1/4공기 먹는데 그쳤고 그 와중에도 하루에 2시간은 운동을 했었는데, 전남친이라든지 전전남친이라든지 했던 이들의 “넌 사진 찍으려고 음식 시켜?” “먹긴 먹는 거야?” “이럴 거면 왜 시켜?”(각 1인분 시켰으니 자기들이 충분히 다 먹을 수 있었는데 원래도 혼자 1.5인분은 먹으면서) 하는 질문을 가장한 공격에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 받아서 결국 적당히 먹는 버릇을 들이다 보니 2끼를 반공기 넘게 먹는 수준까지 와버렸다. 게다가 간식 먹는 습관은 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프로아나(pro anorexia) 지망생 시절 살찌기 싫은 강박에 하루에 사과 반개만 먹고 때운다든지(그 땐 그것만 먹어도 버텼다우) 그러한 식습관 때문에 지금 역류성 식도염을 달고 살고 관절 건강도 망해버린게 아닐까 싶다. 건강검진 하면 뼈 관련 수치가 나쁘게 나오진 않지만 다른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신진대사율도 낮아지고 근육량도 줄어들어서 살 빼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진다. 오늘이 내가 앞으로 가장 살을 잘 뺄 수 있는 날이다. 오늘날의 우리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살을 빼야 한다. 증량될수록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것이 느껴진다. 3시간 걸으면 무리가 온다. 그래서 요즘 유튜브로 다이어트 영상을 보고 있다. 한참 재밌게 봤었던 일주일 동안 한가지 다이어트로 살을 빼는 실험하는 유튜브가 논란에 휩싸여 쉬는 동안 신흥 강자들이 많이 성장했다. 그 중 한 유튜버가 스위치온 다이어트 컨텐츠를 올린 것을 봤다. 내게 말도 재밌게 하는데 글 써보라고 권했던 친구B가 2년전에 “스위치온 다이어트 알아?” 하고 물어봤던 게 기억났다. 그 때 한번 들어봤다고 나름의 소소한 유대감을 느끼며 스위치온에 관심을 갖었다. 그런데 단식 3일? 내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므로 패스를 해야겠다. 그 말랐던 시절에도 절대 하루 이상 단식한 날은 없었다. 역시 정석으로 가는 수밖에 없나 보다.
미국 서부 여행이 코앞이다. 가면 추억을 기리기 위한 사진도 많이 찍어야 하는데 썩 맘에 들지 않는 몸으로 찍고 싶진 않다. 그렇지만 준비하는 시험이 있다 보니 다이어트가 우선인지 공부가 우선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일단 필연적으로 머리가 안 돌아간다. 뇌에서 에너지원으로 포도당을 비축해 atp로 변환되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는 즉각 “뇌가 적절한 기능을 안 한다”로 결부된다.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공부가 안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멍청해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있는 나로서는 결코 택하지 않을 선택지다.
스트레스 때문에 당 떨어져서란 이유도, 나잇살이라는 것도 전부 핑계다. 안다. 운동 백날천날 2시간씩 해도 안 빠진다. 결국 다이어트는 안 먹는게 답이다. 힘들 때 즐기는 자가 일류다. 배고픔을 즐길 줄 알아야 비로소 살이 빠진다. 그 배고픔을 사랑하던 때가 있었다. 필요조건으로 집에 식량이 있으면 안 된다. 일단 마켓컬리랑 쿠팡부터 삭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