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사장님을 꿈꾸는 그대들에게

사장에게 카페는 현실이다

by 효댕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작성된 주관적인 글 입니다만,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현실적 고민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 모두가 꿈꾸는 카페의 로망

카페에 가는 것은 여행을 떠나는 것과 견줄 만큼의 의미가 있다. 어쩌면 여행보다도 이점이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카페는 일상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짧은 여행이다. 아무 준비 없이 떠났다가 아무 때나 돌아올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여권을 준비하거나 커다란 짐을 싸지 않아도 된다. 돈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커피 한 잔을 결제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력이면 충분하다. 여행처럼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시간만 있으면 된다. 그뿐인가? 기대 없이 들어간 카페는 그 순간의 공기, 분위기, 향으로 더 큰 만족을 선물하기도 한다. 원한다면 그 선물을 무한반복 받을 수도 있다. ‘일상 속의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것은 또 어떤가, 마음이 무너질 때, 생각이 필요할 때, 잠깐 현실로부터 숨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되기도 한다. 여행이 도시마다 감정을 바꾸듯 카페행도 카페마다 다른 내가 된다. 어디에서는 작가가 되고, 어디에서는 사유자가 되고, 어디에서는 그저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된다. 짧은 시간 다방면으로 나에게 비일상을 선물해 주는 공간, 그곳이 카페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은 카페를 좋아한다. 따뜻한 커피 향, 잔잔한 음악, 햇살 얹힌 창가, 푹 잠기는 의자. 여름엔 시원한 공간으로 숨을 쉬게 하고, 겨울엔 마음까지 녹여주는 따뜻함을 준다. 계절마다 바뀌는 인테리어와 조명의 온도는 계절을 더 섬세하게 느끼게 한다. 내가 이런 공간의 주인이 된다면?

“사장님 너무 부러워요.”

“카페가 로망이에요.”

“카페 사장님이면 이미 성공하신 거잖아요?”

누구나 한 번쯤 “나도 나중에 작은 카페 하나 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그 와중에 큰 카페를 해보고 싶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경제적 부담 때문일까? 큰 카페는 일이 너무 많을 것 같은가? 뭐가 됐든. 카페를 하면서 귀에 구멍이 날 정도로 수도 없이 듣는 말이다.

“나도 나중에 작은 카페 하나 하고 싶다”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이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답해야 할까 망설여져서 그저 미소만 짓는다는 것을 그 사람들은 짐작이나 할까? 사실, 미소가 아니라 헛웃음이다.


○ 사장에게 카페는 현실이다.

카페 개업한 지 2년 8개월 차, 매일 여행 가는 기분으로 출근하지는 않는다.


남들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그 공간에 내 공간은 없다. 굳이 내 공간을 구분한다면 8평 남짓 주방이 고작이다. 주방은 발 딛고 들어서면 주방에서 나올 때까지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주방이란 원래 그런 곳이다. 할 일을 다 마치고 뒤돌아보면 또 할 일이 보이는 곳이 주방이다.

어느 날, 손님도 없고 감기 기운이 있어 잠깐 소파에 기대어 있었는데 손님이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하시는 말이 “아이고~ 쉬시는데 죄송합니다….” 손님도 나도 편치 않은 상황이 연출된다. 카페는 손님이 오고 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손님이 없을 때도, 손님이 있을 때는 더더욱 그 넓은 매장에 내가 앉아 있을 곳은 없다.

‘손님 없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책도 읽고, 뜨개질도 하고, 아이들 먹일 반찬도 좀 만들고…’ 그저 생각뿐이다. 손님이 있으나 없으나 책을 볼, 뜨개질을 할 집중력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손님이 없으면 ‘손님이 왜 없을까?’로 시작하는 오만가지 잡생각들이 나를 뒤덮고, 손님이 있을 때는 내가 딴짓하는 것을 들키는 것 같아 집중이 잘 안 된다. 아이들 먹일 반찬 만드는 일은 카페에서 반찬 냄새날까 봐서 못 한다.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먹었다가 냄새가 안 빠져서 혼이 난 적도 있다.

카페 사장에게 카페라는 공간은 내 시간, 내 공간이 허락되지 않는 곳이다.

여름엔 시원해서 좋고 겨울엔 따뜻해서 좋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냉방비와 난방비가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들어오자마자 덥다며 불평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반나절을 앉아 있던 손님은 춥다고 난리다. 카페의 온도는 이렇게 한순간도 편할 틈이 없다. 인테리어도 계절마다 맞춰줘야 하니 사계절의 아름다움만큼이나 비용도 손도 많이 간다.


아~ 나야말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니다. 내 카페를 떠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가끔 다른 카페로 짧은 여행을 간다.



○ 사장님의 독박 노동

남편과 함께 일할 때도 주말을 꼬박꼬박 챙겨 쉬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주말에 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쉴 수 있는데 안 쉬는 것’과 ‘쉬고 싶어도 못 쉬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카페를 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직접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이건 그중 하나일 뿐이다.


사람들이 쉬는 날에 우리는 일한다. 주말, 공휴일, 대체휴일, 황금연휴. 카페 사장에게는 달력의 모든 빨간 글씨가 ‘출근’이다. 평일보다 빨간 날 손님이 더 많고 매출도 오르는 건 당연하지만, 그만큼 내가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직원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내 월급도 겨우 나옵니다.” 충분한 답이 되었으리라.


나는 부정맥도 없는데, 카페를 하다 보면 가슴이 조여 오는 순간들이 있다. 알바가 갑자기 캔슬을 냈을 때, 알바 없이 혼자 근무하는 날 단체 손님이 한꺼번에 들이닥칠 때, 단체 손님 뒤로 들어온 손님이 또 단체일 때, 정신없이 메뉴하고 있는데 배민(배달의 민족) 접수 알람 울릴 때, 배민 주문까지 받아서 하고 있는데 화장실에 화장지 떨어졌다고 할 때, 셀프테이블에 물도 떨어졌다고 할 때, 이 와중에 손님이 다급히 뛰어와 내게 하는 말 “사장님, 죄송해요. 아이가 음료를 흘려서 소파가 다 젖었는데요….” 그대라면 어쩌겠는가?

카페는 가슴을 두근거리게도 하고 설레게도 하지만 또 다른 종류의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가슴을 조여오기도 하고, 압박감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처음부터 ‘아이와 함께 오기 좋은 카페’를 목표로 한 것도 아니었고, 브런치 메뉴를 할 계획도 없었다. 애초에 “체험 카페”라는 테마가 있었고,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고학년 자녀를 둔 가족이 주 타깃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신생아부터 7세 미만 아이를 둔 가족들이 가장 많이 찾는 카페가 되어 있었다. ‘아세요? 아기 엄마들은 할 말이 많아요, 평소에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아세요? 아기 엄마들은 예민해요, 아이들 육아로 심신이 지쳐있거든요. 누가 톡! 하고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뭐가 튀어나올 것 같아요. 뭐가 튀어나오냐고요? 화가 튀어나오거나, 눈물이 튀어나오거나.’


그래서 아기 엄마들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금방 안 일어난다. 아기가 졸려 잠투정을 해도 쉽게 일어날 줄을 모른다. 심지어 조금 큰 아이들은 더 놀고 가겠다고, 아직 집에 가기 싫다고, 여기가 너무 좋다고 안 간다고 난리다. 그래서 머무는 시간이 길고 테이블 회전율은 보란 듯이 떨어진다.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지니 테이블 단가를 높여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브런치 메뉴였다. 카페는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조용히 고백하건대, ‘저 주방 일 별로 안 좋아해요, 단순노동은 더 안 좋아해요’


이런 내가 식음료 메뉴에 브런치 메뉴까지 하게 되었으니. 누가 카페 사업을 서비스업이라고 했던가? 카페 사업은 메뉴에 따라 식품 제조업이 되기도 한다. 공장 일에 질려서 도망친 곳이 카페였는데, 이곳에서도 나는 제조를 하고 있다. 공장은 분업이라도 하지, 카페는 분업이 없다. 식재료 재고관리, 위생관리, 환경점검, 청소, 정리, 설거지까지 모두 다 내가 한다. 힘들고 외롭다.



○ 카페 사장님의 직업병

카페를 운영한 지 고작 2년 반 만의 일이다. 손목이 시리고 손가락에 통증이 느껴지더니 어느 날 아침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고 뻣뻣하게 굳어 있는 것이 아닌가. 겁도 나고 한편으로는 어이도 없었다. ‘내가 카페를 20년 한 것도 아닌데, 커피를 매일 수십 잔씩 뽑은 것도 아닌데 벌써 이런다고?’ 베테랑 바리스타가 알면 콧방귀도 아까울 일이 아닌가,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손가락 부분 마비와 통증은 병원 치료를 받은 후 회복되긴 했지만 ‘손을 무리해서 사용하면 다시 같은 증상이 올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아쉽지만, 카페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사람 안 좋아해요. 혼자 있는 것 좋아해요. 책 좋아해요.’ 이런 나의 성향은 카페를 하면서 감정노동을 더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나는 지나치게 친절한 편이다. 일부러 찾아와 주는 손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커서 그 마음을 다 표현하고 싶은 욕심에 친절이 과해진다. 손님을 응대하는 일은 늘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는 내 성향과 정반대 방향에서 끌어와야 하니 피로도가 더 빠르게 쌓였다. 어떤 날은 ‘이러다 대인기피증이나 공황장애 오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의 압박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손님이 오면 반가운 마음에 또 친절이 과해진다.


후에도 류마티즘 검사를 추가로 받았었고, 탬핑을 강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탬퍼를 교체했다. 손님이 너무 반가워도 과한 친절은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다.



○ 감성 뒤에 감춰진 경제적 현실

내가 운영하는 카페는 1.5층으로 된 60평대의 중소형 카페다. 음료와 간단한 브런치를 주메뉴로 하고 있다. 가게에서 멀지 않게 새로 조성된 신도시가 2곳이나 있고,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곳이라는 입소문이 나서 인지 먼 곳에서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주시는 분들도 꽤 있다. 300평 정도의 마당 한쪽에는 아이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작은 모래 놀이터가 있고, 0-12개월 아기들이 머무를 수 있는 작은 프라이빗 룸이 6동 운영되고 있다. 봄이면 가게 입구, 카페 본건물 진입로, 마당 곳곳의 길을 따라 샤스타데이지가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룬다.

“이게 다 몇 평이에요?”

“건축비가 얼마나 들어가요?”

“프라이빗 룸은 한 동에 얼마 주고 지었어요?”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으세요? 메뉴는 직접 개발하셨어요?”


카페를 준비 중인 사업주분들이 오면 질문이 달라진다. 사뭇 노골적이라고 할까?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개업 초기 이런 분들이 자주 왔었으며 메뉴는 주문하지도 않고 묻기만 하고 가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우리 가게까지 찾아와서 물어봐 주시는 게 감사하긴 한데 반갑지는 않다. 나는 대충 얼버무려 대답한다. 자세히 대답해 드린 적도 있지만, 그런 분들은 자세히 대답해 줘도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는 분위기 봐서 대충 대답한다. ‘듣지도 않을 거면서 왜 물어보시는 걸까?’ 나야말로 묻고 싶다. 건물을 신축해서 카페 사업을 하는 거라면 임대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토지매입비, 개발행위비(토지에 따라 부과됨), 건축설계비(토목과 건축물 각각의 설계비가 부과됨), 토목공사비, 건축공사비, 건축감리비(규모에 따라 다름), 전기공사비, 수도공사비, 통신공사비, 소방-방염포함공사비(규모에 따라 다름), 인테리어비, 교육비(메뉴 및 서비스에 따라 다름), 기타 잡비(커피머신 외 필요장비 및 물품)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신축이라면 대략 위 전체 목록의 비용이, 임대라면 전기공사를 포함하여 그 뒤로 나열된 목록까지의 비용을 생각하면 된다. 전체적이고 구체적인 계획과 주관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개인 카페는 자금력은 있는데, 업력이 전혀 없는 분들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공사를 진행하는 중에도 상황에 맞게 처음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결정을 하기 마련인데, 특히 이점을 조심해야 한다.


- 어느 정도의 규모로 할 건지?

- 직접 운영할 건지? 직원을 채용할 건지?

- 주 고객층은?

- 마케팅은 직접 하는지, 외주로 하는지?

- 마케팅 채널은? 온라인? 오프라인?

- 1일 목표 매출? 1달 목표 매출? 1년 목표 매출?

- 테이블 단가는 어느 정도를 예상하는지?

- 테이블 단가를 뽑아내기 위한 메뉴, 메뉴의 단가는?

- 예상 냉·난방비, 인건비, 시설관리비, 원재료비, 부재료비, 공과금은?


계획을 아무리 촘촘히 세우고 진행해도, 생각하지 못한 변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가게 운영의 굵직한 방향과 사업의 유지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수익구조 정도는 꼭 체크해 보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나는? 물론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굉장히 힘든 상태다. 배우지도 못했고, 알려주는 이도 없었으며 알려줬어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하고 싶은 마음만 앞섰을 뿐이다.


“사장님은 이미 성공하셨네요.”

“카페 하면 돈 많이 벌죠?”


카페는 매출이 ‘전부’가 아니다. 고정비, 재료비, 인건비, 관리비… 기타 등등. 커피 한 잔 팔아 남는 실제 이익은 생각보다 작다. 손님이 많다고 돈이 많이 남는 것도, 손님이 적다고 내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애초에 둘 다 성립되지 않는 세계다. 카페 사장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저 꾸준히 버티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사업일 뿐이다.



○ 실패할 수 있는 용기

2년 반 동안 평일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문을 열었다. 하지만 올해 8월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후 주말 이틀만 영업했고, 그마저도 지금은 100% 예약제 영업으로 전환했다. 프랑스를 여행할 때 소비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 문화를 보고 느낀 게 많았다. 우리나라의 흔한 서비스 문화 ‘손님은 왕이다.’ 돈을 쥐고 있는 사람이 손님이 왕이라는 거다. 이런 문화 자체가 없는 갑질도 유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해본다.

카페는 내 삶의 일부이다. 카페는 내 시간을 바꾸고, 그 시간은 내 삶을 바꾸고, 나를 바꾼다.

2년 반, 카페를 운영하는 동안 나의 정체성은 점차 흐려져 갔고, 내가 원하는 일보다 원하지 않는 일들을 더 많이 했으며, 미래를 꿈꾸는 일보다 미래를 걱정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시작해 놓은 일의 규모가 작지 않았기에 내가 나를 마주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회피하는 꼴이 초라하다. 카페를 그만두려니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것들이 아깝다는 마음이 컸다. 그 마음은 ‘과거의 나’에 대한 예의로만 남겨두기로, ‘지금의 나’를 묶어두는 사슬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다짐한다.

‘카페, 그만둡니다.’

돈이 아니라 방향성이 있는 자유를 추구하고 싶다. ‘내가 왜,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스스로 물어보니 ‘나는 어떤 형태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가’의 문제와 직면하게 되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진짜 나답게 쓰고 싶다는 내면의 신호는 더 뚜렷해졌다. 카페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동안 결정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실패라는 낙인’이 찍혀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게 될까, 나 스스로 위축될까 두려웠다.


나는 나를 안다. 카페를 운영해 본 경험은 헛되지 않으리라.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리라. 헛걸음도 걸음이라 하였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용기를 내 다시 돌아 나오면 된다. 삶은 어쩌면 그런 선택과 전환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실패가 두려워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면, 그때야말로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지금 카페는 100% 예약제 체험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 기관, 센터 등의 공공기관에서 단체 수업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많게는 일주일에 4일 예약이 차기도 하고 예약이 없는 날은 출강을 나간다.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그만큼 지출도 크게 줄었다. 시간이 나는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사색하고, 나를 채워가는 이 시간이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소중하다.




○ 이 길을 꿈꾸는 그대들에게

만약 그대가 카페를 꿈꾼다면, 로망만으로는 이 세계를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커피를 사랑하는 것과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분위기 좋은 공간을 갖는 것과 그 공간을 매일 관리하는 것은 또 다르다. 감히 제안해 보는데, 아래의 내용을 깊이 생각해 보고 탁월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첫째, 카페는 ‘커피 파는 곳’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파는 곳’이다. 손님들은 음료를 사는 게 아니라 머무르는 공간의 분위기, 음악, 좌석 간격, 온도, 편안함을 산다. 카페에 있는 모든 것이 상품이다.

둘째,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면 그 일은 노동이 된다. 카페를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사업이 되는 순간 그곳은 노동의 현장이다. 즐거움보다 책임감이, 편안함보다 긴장감이,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앞서기 마련이다.


셋째, 매출에는 낭만이 없다. 인건비, 재료비, 공과금, 세금… 월 매출 1,000만 원이 들어와도

남는 돈은 한숨보다 적다. 사람 없이 버티면 몸이 망가지고, 사람을 쓰면 은행 잔고가 망가진다.


넷째, 사장님은 강해야 한다. 아프다고 문을 닫을 수도 없고, 감정이 상해도 웃어야 하고, 갑작스러운 컴플레인 앞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카페 운영은 “자유”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을 저당 잡힌 삶이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함정이다. 주말과 휴일이 사라지는 것은 기본, 친구와 가족이 쉬는 시간이 카페는 가장 바쁜 시간이다.

여섯째, 손님이 오지 않으면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인 것 같다. 메뉴 때문인가, 내 콘셉트가 안 맞나, 너무 친절해서 부담됐나, 내가 뭐 실수했나…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를 꿈꾼다면 이것만은 기억해 주길. 카페는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카페가 나를 소진시키는 일이 아니라 내 삶을 더 나답게 만들 수 있는 선택이어야 한다. 카페 사장님을 꿈꾸는 그대들에게, 이 길의 진짜 얼굴을 조심스레 보여주며 나는 조용히 응원한다.


당신의 로망이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그리고 그 현실을 사랑하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