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헌법 제안
헌법 전문 개정
헌법 전문은 헌법의 본문 시작 전, 헌법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헌법제(개)정의 동기나 목적 및 이념, 헌법제(개) 정의 주체나 절차에 관하여 밝히고 있는 부분으로, 개별국가의 헌정사가 가지는 특수성에 따라 상이하여 일률적으로 그 의의를 단정할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결정례18을 통해 헌법 전문이 규범적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헌법해석의 기준이 되어 모든 국가기관의 행위규범이자 재판규범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다수의 견해이다(김종철, 2018).
우리 헌법은 제헌헌법 이래로 8차에 걸쳐 개정되었다. 그 과정에서 3.1 운동이라는 민족적 역사를 밝혀 독립국가로서의 정통성을 확보하고자 했고, 4.19 혁명을 추가하여 헌법개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사실이 있다. 헌법전문이 가진 상징성과 그것이 위시하는 국가차원의 교육을 고려했을 때, 실효적인 돌봄의 공적 가치화를 위해서는 헌법 전문 개정이 불가결하다. 이에 기회균등과 책무의 영역에 돌봄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19
...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돌봄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헌법 제34조 제2항 개정
돌봄의 가치와 가장 밀접한 조항은 제34조이다. 인간존엄성 실현의 기초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 보장을 명시하고 있고, 아울러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국가의 후견적 역할을 규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조항에서는 국가의 포괄적인 돌봄 제공자로서의 지위를 이야기하는 데 그친다. 현실적인 돌봄 상황에서는 돌봄을 제공하는 각인들의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보완해 줄 제3자(조달자)의 존재가 중요하다. 그리고, 국가는 바로 이 역할을 공식적으로 하여야 한다. 예컨대, 부모 혹은 조부모와 같이 법적인 보호자의 부양을 받아야 할 나이의 청소년 혹은 청년이 역으로 부모 혹은 조부모를 부양하는, 이른바 영 케어러(Young Carer)의 경우, 개인적 차원에서는 조달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이들의 문제는 청년빈곤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정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이에 조문을 구체화하여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하여 돌봄 지원관계에서 돌봄 주체와 조달자의 역할을 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9장(경제) 제119조 제2항 개정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본 가부장적 성별분업의 결과인 돌봄 노동이 현대의 사회경제질서 속에서 모습을 달리하고 있는 이유는, 돌봄 책임의 대상이었던 여성이 노동자의 지위에 포섭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녀 모두가 생계부양자이자 돌봄 제공자로서 수행함을 전제하는 보편적 돌봄 제공자 모델 로의 전환이 요구된다(Nancy Fraser). 돌봄이 배제된 사회경제질서에서는 돌봄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고착화된 사회경제적 불평등(돌봄 불이익)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복지시스템이 가동되더라도 노동중심의 복지에서 돌봄인은 사각지대에 머무르기 때문에, 돌봄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돌봄을 주고받음이 차별이나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노동자의 부양자로서의 역할수행에 사측이 협조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거나, 평가절하되었던 돌봄 노동분야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저출생 해결 정책으로 거론되기도 하는, 일·가정양립제도 또한 광범위한 의미에서 돌봄의 제도화이다. 시민 모두가 노동자인 동시에 돌봄인일 수 있는 사회경제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인데, 이는 전술한 보편적 돌봄 제공자 모델에 근거하여 노동과 돌봄이 양립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 보육·요양·장애 돌봄을 공공영역이 함께 책임지도록 하고, 노동자와 돌봄 제공자의 역할 전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휴직제도를 세밀화한다. 이러한 제도화의 기본적 전제로서, 돌봄을 공적 가치화할 필요가 있으므로, 헌법 제9장(경제)에 돌봄에서 비롯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국가가 저지할 수 있는 조항 마련이 필요하다.
헌법 제119조에서 도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존중함과 동시에 국가가 필요에 따라 시장과 경제현상을 규제 및 간섭함을 인정하는데, 이는 사회국가원리와도 맞닿아있다.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이 비용편익분석에서 고려하지 못하는 비용(ex. 자연훼손)과 편익(ex. 지역경제활성화)을, 국가는 고려할 수 있다. 이것이 복지 등의 사회서비스가 완전민영화될 수 없는 이유이다. 돌봄의 가치는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편익을 불러온다. 그렇기에, 민간에서는 도외시할 수 있다. 그러나, 돌봄인(돌봄 제공자, 조달자)이자 노동자인 개인은 사기업 등 민간영역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공적가치가 민간영역에서 다루어지기 어려울 때, 국가가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시장경제질서의 국가적 규율 조항인 119조를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돌봄 연고적 존재인 개인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겪지 아니하도록 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18 헌재 1989.9.8.88 헌가 66, 판례집 1, 199, 205; 헌재 2013. 3. 21. 2010 헌 바 70등, 판례집 25-1, 180, 198-199.
19 전술한 바 대로, 돌봄 국가원리는 인간·비인간의 법익을 망라하여 포섭하기 때문에, 결국 돌봄 객체 (인간 혹은 비인간)에 대한 돌봄 주체 및 조달자(인간)의 의무를 확인한다는 실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