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것만 같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기사제목이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만 하더라도 나와는 절대 상관이 없을 헤드라인이라고 가벼이 넘겼지만, 그게 내 일이 되었다.
나는 대학원에 진학해야 될 수 있는 직업을 오래도록 꿈꿔왔고, 그에 맞춰서 대학에 진학했다. 그런 내가 대학교 4학년, 졸업을 3개월 앞두고 갈림길 앞에 섰다. 이 말은 즉, 대학원에 떨어졌다는 의미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준비하는 내도록 나를 괴롭혔던 마음의 목소리가 있었다.
‘안 하고 싶다’와 ‘못 하겠다’의 싸움이었다.
대학원 시험은 나에게 맞지 않는 옷과 같았고, 그럴 때마다 나의 노력이 부족한 탓인지, 그 노력을 할 만큼 이 길로 가고 싶은 것이 아닌 건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바야흐로 제2의 사춘기였다. 밥줄과 그 모든 시선이 걸린.
나는 시키는 걸 잘하는 사람으로 20년 넘게를 살아왔고, 그래서 내가 아는 세상 안에서 어떻게든 한 자리를 버티고 싶었다. 불안을 가득 머금은 나의 뇌에 익숙한 선택이라는 폭신한 이불을 깔아주었다. 멈춰 서고 싶은 순간마다, ‘이 정도의 어려움도, 고민도 이겨내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면 아마 후회가 남을 거야.’라는 말로 다독이며 꾸역꾸역 완주하긴 했다.
결과와는 별개로 과정은 온전히 겪어내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실패가 나의 결단을 만들어준 것일지도 모르니까.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고 나의 앞에 놓인 수많은 말들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해볼 건지 아니면 다른 걸 할 건지.
'그런데 다른걸… 뭘 할 거야?'
이제 와서 말이지만, 정말 그 입을 다물라고 하고 싶은 질문이다.
사람은 때때로 나 자신을 제일 모른다. 연애상담만 하더라도, 내 일이 아니니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자존심을 지키는 것인지 강단에 선 교수처럼 쉬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당사자가 되면 ‘그렇게 해야 되는 건 아는데… 그래도…’라는 우유부단의 극치를 보여주며 주변지인들에게 핍박을 받지만 말이다.
모든 상식과 경험과 지혜를 다 끌어다 써도 모자를 정도로 중요한 나의 진로를 지금 당신한테 말하라고? 나도 모르겠는데?
인성이 나빠진 예비 백수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가자.
길 하나, 새로운 꿈을 향한 백수 되기
길 둘, 알던 길을 다시 걷는 백수 되기
둘 다 백수라는 점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온다. 비경제활동인구 수치에 적극적으로 기여를 하게 되다니. ‘일을 안 해서 손이 하얗다’는 뜻의 백수(白手). 어쩐지 가을웜톤의 까무잡잡한 내 두 손이 좀 하얘진 것도 같다.
차차 설명하겠지만, 나의 선택은 결국 첫 번째 길이 되었다.
스물셋의 끝자락, 지도를 따라 걷다가, 지도를 그리며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