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디자이너로 고민하는 모든 디자인학도를 위해
지금은 안정적으로 인턴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지만,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휴학하고 쉼 없이 상반기 체험형 인턴 지원하던 당시 입사지원서를 30개 가까이 보냈고, 그중 3번의 면접을 통해 두 번의 불합격 통지를 거친 끝에서야 인턴 디자이너로서 일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대외활동 이력은 충분했지만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자격증이나 실무경력은 당연히 없었다. 메일로 날아온 면접 결과 안내서에도 ‘역량은 뛰어나나 회사가 생각한 인재풀은 아니다’라는 피드백이 이어졌다. (여담으로 면접에 대한 피드백을 남겨주는 건 회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에도, 면접자의 멘탈 관리에도 좋은 문화인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불합격의 이유는 단순했다.
어쩌면 당연했다....
당시에 ‘기획하는, 운영하는 디자이너’에 푹 빠져 포트폴리오 구성도 한 프로젝트 당 기획:디자인=7:3 수준의 비율로 만들었는데, 문제는 내가 지원한 포지션은 소속 디자이너의 업무를 보조하는 어시스트 디자이너, 인턴 디자이너였다… 회사에서 채용하는 인턴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역량과 포트폴리오 구성에 괴리가 있었던 것이다. 지원하는 직무도 내 멋대로였다. 채용 사이트에서 ‘디자이너 인턴’을 검색한 후 괜찮아 보이는 회사에 마구잡이로 이력서를 뿌렸다. 채용시장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일반적인 미대 입시 루트를 타 면접 경험도 없었으며 코로나 학번으로 단절된 선후배 관계는 맘 편히 직무 관련 조언을 구할 환경이 아니었다. 결국 웹디자이너 인턴 포지션에 지원하는 데 포트폴리오에 웹디자인 프로젝트가 없어버리는 대참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랬던 코찔찔이 디자인학부생이 정말 운이 좋게 입사하게 되고 계약 연장 제안까지 받고 나서야 '나의 위치를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되었고, 그제야 별거 아니었던 불합격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실무 경험이 없는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실무 경험을 얻으려 아등바등하는 것보다 ‘직무’를 중심으로 마인드 셋 하는 것이다.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의 실무 정보를 파악하고, 직무 과정을 통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고민해보아야 하며 스스로에게 검증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훈련을 학부생 때 익혀야 강점으로 살릴 수 있다. 스스로 검증 및 보완이 완료되었다고 판단된다면 ‘나는 해당 직무의 실무자로서 투입될 마음가짐과 경험이 있으니, 실무를 통해 배우고 해낼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레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가짐을 얼추 다잡았다면, 이제 실무 경험 없이 인턴 디자이너 되는 법을 실행하면 된다.
1) 회사의 산업분야와 사내 디자인팀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포트폴리오에 충분히 표현되었는지 확인하자.*
*산업분야란 IT, F&B, 패션, 의료/제약 등을 말하며 요구 능력은 직무분야보다 조금 더 집요한 '브랜드디자이너-리서처, 그래픽디자이너-출판/패키지/'등을 말한다.
지원 이력이 없는 디자인학부생이 포트폴리오 작성 시 가장 많이 실수하면서 궁금한 것이 바로 “포트폴리오는 어느 정도가 적당해요?”이다. 결론은 정해진 답은 없지만 케바케이다. "1. 본인이 타 지원자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능력 2. 회사의 산업분야에 맞는 프로젝트 3. 요구 능력에 부합한 프로젝트"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고르고, 회사별 지원 조건에 맞추어 편집해 나가면 된다.
예비 디자이너에게 내어주는 조언을 볼 때 '그때마다 다르다'라는 답변이 대부분이라 답답하겠지만, 취업은 입시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 잘 대처하는 법을 익히면 된다. 그럼에도 방법을 모르겠다면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얻은 나만의 포트폴리오 정리 법을 아래에서 알려주고자 한다.
만일 프로젝트 개수가 많아서 관리가 어렵거나, 프로젝트의 성격이 모두 다를 경우 포트폴리오 하나로 다 뭉쳐놓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편집할 수 있도록 조립식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를 추천한다. 특히 요즘은 채용 전용 홈페이지를 만들어두어 업로드 제한 용량이 걸려있거나, 개수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잦아 꽤나 편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아래의 그림과 같다.
홍길동 씨가 쌓아온 포트폴리오의 목록을 나열하면 (a)~(f)이며, [직무분야=산업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지원용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회사의 업태를 파악한 후, 산업분야와 내 포트폴리오를 매치하여 배치하면 된다. 이 글을 보는 인턴 디자이너 준비하시는 분들이 나처럼 직무, 산업분야와 무관한 포트폴리오를 내는 실수는 면했으면 한다...
2)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예비 디자이너는 실무경험의 기회가 무궁무진한 환경에 놓여있다.*
*여기서 SNS는 비대면으로 소통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방법은 인턴을 포함하여 실무 경험이 가능한 포괄적인 방법이다.
창피를 당하는 것까지가 경험이다
출퇴근 길에 즐겨 읽는 모바일 콘텐츠의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레퍼런스 수집을 위해 네트워크 서비스를 업무 툴과 함께 띄우며 병행이용한다. 그리고 그 레퍼런스를 만든 이는 어딘가에 존재할 ‘디자이너’이다. 이 말은 즉슨 누구나 레퍼런스 생산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디자인 학부생은 본인의 작업을 알리기 전에 누군가 찾아서 봐주기만을 기다린다. 혹은 실무 디자이너와 비교하였을 때 못난 디자인을 숨기느라 보여줄 작업물이 단 하나도 없거나..
내 주변에는 특히나 취업 외의 길을 택한 사례가 많은데 대체로 비핸스에 올라간 작품으로 컨택되는 경우가 다수이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중견기업/스타트업 인턴 제안이 오거나 특정 산업 커뮤니티에 뿌린 콜드메일을 통해 외주 제안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작업이 끝나면 정돈하여 SNS에 업로드하는 것까지가 프로젝트 마무리로 간주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메일, 디자인 외 산업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본인 PR을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기를 기다려주지 않고 내가 작업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 컨택하는 도전을 행하는 것이다. 당장 일감을 줄 환경이 아니더라도 나를 알아봐 줄 잠재적 클라이언트를 채갈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3)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인턴 프로그램을 활용해 보자.
뼈 때리는 말이지만 정말 ‘무스펙’이거나 평균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면 보통의 방법으로 취업하기는 더욱 어렵다. 저학년이라면 직무 포지셔닝에 주력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여 실무보다는 다양한 대외활동을 경험해 보기를 추천하나, 고학년이거나 취업에 가까워진 시점이라면 ‘국가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기를 권장한다. 지원사업은 재단에서 기업과 취업준비생을 매칭해 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여 기업에게 디자인인력과 고용에 필요한 금액을 지원해 주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나 ‘고용노동부’ 주관 사업이 대표적이다.
인력 지원이 필요한 기업이기에 참여 기업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나, 선정된 기업들도 재단의 심사를 거쳐 디자인 인력 구인에 진심인 회사들이니 믿을만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취업하는 방법보다 경쟁력도 낮아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앞서 일경험 프로젝트로 임해 보기 좋다. 실제로 인턴 디자이너가 되기 이전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데 “사수디자이너가 없어 기획자 간 소통 오류가 잦았으나, 각 분야의 전문가 간 커뮤니케이션 오류임을 인지하고 해결방안을 찾아 이를 해결하였다”라고 풀어내어 면접에서 실무경험을 어필할 수 있었다.
실무 경험 기회를 얻는 건 알고 보면 쉽고, 가만히 있으면 발을 디디기 조차 어렵다. 이런저런 실무를 경험해 보니 내가 '디자이너'임을 세상에 적극적으로 어필하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기업은 존재하더라. 그러니, 학부생이라고 안주하지 말고 적극적인 디자이너가 되어 경쟁력을 어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