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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Y Mar 19. 2024

ep.3 Nachbar (1)

브랜딩 하지 않는 브랜드, 나흐바 Nachbar



브랜딩 하지 않는 브랜드, 나흐바 Nachbar


서촌에 위치한 카페 ‘나흐바’는 일상적인 톤으로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화려함 대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요. 시각화에 앞서 개념에 집중한 나흐바는 카페라는 장르 안에서 자기만의 주제를 찾은 것처럼 보입니다. 담백하고 정갈한 취향과 함께, ‘브랜드’라기보다 ‘이웃집’ 같은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죠.

최근 나흐바의 오프라인 및 온라인 공간을 경험하면서, 카페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하나의 사유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일관성은 오히려 나흐바의 브랜드성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자기만의 색으로 서촌에 뿌리내린 카페 ‘나흐바’를 루트의 두 번째 브랜드로 선정하였습니다.



Changito: 오프라인 공간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처음 접했던 나흐바의 모습은 낮은 직사각형 구조와 화이트 톤 외벽, 그리고 통창이 어우러진 감성적인 외관이었어요. 서촌에 들를 때마다 눈에 띄었고 인스타그램에서 볼 때도 거리 분위기와 조응하는 정말 예쁜 카페라고 생각했죠. 첫 이미지는 ‘정교하고 섬세하게 브랜딩 한 카페’였어요. 외관 탓인지 내부 또한 군더더기 없는 마감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기대했고요. 실제 방문해 보니 예상했던 모습과는 꽤 다르더라고요.


잔잔: 기대와 다른 부분이 다소 실망스러우셨나요?
 

Changito: 실망하지는 않았어요. 온전히 개인적인 기대였으니까요. 갈라지거나 칠이 덜 된 벽지, 철판 지붕처럼 거친 질감이 의외이긴 했죠. 다만 정제되지 않은 요소가 여러 번 반복되고 내부 톤과 어우러져 나흐바가 추구하는 정체성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였죠. ‘이 카페는 억지로 보여주려 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브루잉 공간도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느껴져 좋았어요. 독일에서 거주했던 당시 차분한 느낌으로 잘 꾸며진 친구의 자취방, 딱 그 느낌이었거든요. 화려함 보다는 따뜻함 혹은 여유로움. 드러내려 애쓰지 않는 분위기가 카페의 정체성을 설명한다고 느꼈어요.


잔잔: 저도 자연스러움이라는 단어에 공감해요. 나흐바에서 나와 돌아오는 길에 아메리칸 레트로 컨셉으로 브랜딩 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어요. 요소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브랜딩 된 느낌이었는데, ‘우리는 이렇게 브랜딩 했어’라고 말하는 듯했어요. 취향의 영역이지만 나흐바와 대조적인 건 부정할 수 없었어요. 덕분에 나흐바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무엇인지 더욱 명확하게 인지했죠.


NOEY: 자연스러움은 나흐바의 모든 영역에 담겨 있는 거 같아요. 실제 의도는 모르지만, 자연 자체를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한다는 느낌도 받았거든요. 나흐바는 1층에 위치하지만 맞은편 건물이 낮고 내부 면적이 좁기 때문에 약간의 채광이 공간의 대부분을 감싸요. 자연광이 주는 감성과 편안한 인테리어 사이의 조화가 너무 좋았어요. 만일 자연광이 없었다면 지금 보다는 밋밋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Changito: 인위적인 장치 대신 자연으로 꾸며진 공간이네요.


잔잔: 통창에 달린 커튼으로 빛의 양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빛을 활용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건축 이론에서 말하길, 자연의 빛을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공간의 입체감이나 밀도가 달라진다고 해요. 예를 들어 아무것도 없는 마당에 나무 한 그루를 세우면 빛이 나무 그림자를 만들어 자연스럽고도 입체적인 그림을 즐길 수 있죠. 자연은 인간이 건드릴 수 없으니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물체를 하나 두는 거예요. 공간을 효율적이고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 감각적인 수단으로 커튼을 활용하는 모습이에요.


NOEY: 협소한 공간이 다소 아쉽지만, 막상 공간을 확장하면 공간의 매력이 떨어질 거라 생각해요. 통창으로 붐비는 모습이 보여야 어떤 곳인지 궁금하고, 나흐바가 발산하는 감성도 작은 공간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Changito: 네 맞아요. 아쉽지만 좁은 공간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해한 나흐바는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지향하는 듯해요. ‘이웃’을 의미하는 브랜드 네임에도 의도가 담겨 있죠. 이러한 브랜드 정체성을 인테리어로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고요. 굳이 다듬지 않은 벽과 지붕, 서북부 유럽 가정집에 온 듯한 브루잉 공간, 통창을 활용한 빛은 물론, 나무 바닥과 카펫, 나무 스툴에서도 브랜드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웃집 같은 편안함은 좁은 공간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NOEY: 공간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꼽을 때 맛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나흐바는 커피 한 잔만 마시고 가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해요. 저희가 방문했을 때 옆자리에 계셨던 분도 두 잔을 드셨고요.


Changito: 저는 사실 커피 맛을 잘 모르는 사람인데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놀랐어요. 오랜 시간 여유를 두고 마시고 싶은 커피였어요.


잔잔: 새로운 커피 경험도 나흐바가 두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거 같아요. 목적을 위한 역할 수행을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하고요. 나흐바는 다양한 로스터리의 원두를 큐레이션 하기 때문에, 새로운 원두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물론 원하는 맛을 경험할 수 없는 날도 있을 테니 약간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요. 원두 소개를 통해 동종 업계와 상생을 추구한다는 점도 호감이에요.


NOEY: 일종의 원두 편집샵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잔잔: 그렇죠. 편집샵이라는 표현이 좋네요. 국내 로스터리 원두 외에 런던 현지 로스터리 원두를 소개하기도 했어요. 본인이 경험한 좋은 커피를 나흐바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진심이 전해지죠. 잠시 후 나흐바의 온라인 브랜딩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이 지점에서도 나흐바 사장님이 지닌 에디터적 시선을 경험할 수 있어요. 편집하고 소개하며 공유하는 감각을 지닌 분이고, 그 과정 자체를 좋아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본인의 재능과 흥미를 카페로 유려하게 연결하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Changito: 공감해요. 사장님은 온 오프라인 모두에서 명확한 취향을 기반으로 자기만의 기획 방법론을 확립한 분이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잔잔: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이 동일한 감성을 공유한다는 점은 나흐바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해요.


/

나흐바 온라인 경험 편으로 이어집니다.


credit

잔잔 https://brunch.co.kr/@47ccab485f0f485

NOEY https://brunch.co.kr/@5028f3dfcd7649c

changito https://brunch.co.kr/@chang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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