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마음이 위험해진 시대

주절주절

by 이지

비오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아침에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러 갔다.

비 온다는 소식이 있어 우산을 쓰고 갔다.


아들 녀석이 들어가고 난 다음

갑자기 비가 막 쏟아지기 시작한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어떤 아이 하나가 비를 추적추적 맞으면서 등교 중이었다.

방향을 보니 아들 녀석과 같은 학교에 또래로 보였다.


마구 쏟아지는 비를

있는 그대로 맞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안 편했다.


그래서 말을 걸었다.

"아이고... 우산 좀 씌워 줄까?

그 아이는 약간 놀라며 대답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나는 순간 아차 싶었다.

최근에 학교 앞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말 걸고 납치(?)하려고 했던 뉴스가 스쳐갔다.


나는 그냥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얼른 가라. 비 다 맞겠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지만,

왠지 모르게 더 씁쓸하다.


그 작은 아이들이 쏟아지는 비를 있는 대로 맞아야 하는 현실에서도

그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내 모습과 현실을 보고 있자니,

이게 나를 위해 그런 걸까, 아이를 위해 그런 걸까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알 수 없는 무력감이 든다.


선한 마음이 위험해진 시대에,

선의를 펼칠 수 없을 때 느끼는 인간적 무력감이다.


아침부터 참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