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향한 시

서른네 번째 이야기

by 이지

세상은 큰 소리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흙은 식물을 키우고, 낮은 자리로 흐르는 물은

말없이 생명을 살립니다. 그 조용한 자리에서 모든 것은 서로를 살리며 이어집니다.

우리는 큰일을 말합니다.눈에 띄는 성과, 이름 남는 결과, 기억될 만한 순간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지탱하는 것은 늘 작은 일들입니다.

노자는 그 작은 자리에서 도(道)가 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큰 도는 넘쳐흐르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만물이 도를 의지해 살아가도 도는 공을 말하지 않습니다. 입히고, 먹이고, 살리되 주인 노릇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다고 불릴 수 있고, 그래서 크다고 불릴 수 있습니다.

노자는 말합니다. 스스로 크다고 하지 않기에 참으로 큰 것을 이룬다고.

도는 앞에 서지 않습니다. 지배하지 않고, 명령하지 않으며, 끌어당기지 않습니다. 그저 필요한 곳에 흘러갈 뿐입니다.작은 일, 눈에 띄지 않는 자리, 이름 붙일 수 없는 수고들. 그곳에서 도는 쉼 없이 일합니다.

크다는 것은 앞서는 것이 아니라 남겨두는 일입니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 살리는 일입니다.

예수님의 길도 그러했습니다. 그분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자신을 내어주셨고, 높아지기보다 낮아지셨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고, 떡을 나누셨으며, 능력을 자랑하지 않으셨습니다. 십자가는 작고 초라해 보였지만 그 자리에서 가장 큰 구원이 시작되었습니다.

신앙은 얼마나 큰 일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존재했는지의 문제입니다. 조용히 흘러 누군가를 살리는 삶. 도처럼, 예수님처럼, 작은 자리에서 생명의 근원이 되는 삶. 그것이 참으로 큰 삶입니다.


사유의 한마디

크다는 것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입니다. 작은 자리에서 말없이 흘러간 삶이 세상을 오래 붙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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