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번째 이야기
우리는 선함을 보여주려 합니다. 인정받고 싶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옳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선을 행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시선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노자는 말합니다. 높은 덕은 덕처럼 보이지 않기에 덕이 있다고. 덕을 드러내려 할수록 이미 그 덕은 얇아집니다. 향기로운 꽃은 자기가 향기롭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거기 있을 뿐입니다.
진짜 덕도 그렇습니다. 행했다는 흔적이 남지 않고, 보였다는 기억이 남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 곁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노자는 덕의 무게를 두 가지로 나눕니다. 의도를 가진 덕과 의도가 없는 덕입니다. 의도를 가진 선함은 결과를 기대합니다. 인정을 바라거나, 보답을 기다리거나, 평판을 남기려 합니다. 그러나 의도가 없는 덕은 그저 흐릅니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이.
그래서 노자는 말합니다. 도를 잃으면 덕이 나타나고, 덕을 잃으면 인의가 나타나고, 인의를 잃으면 의가 나타나고, 의를 잃으면 예가 나타난다고.
겉으로 갈수록 규칙은 많아지고 속으로 갈수록 마음은 얇아집니다. 규칙이 많다는 건 사람이 나빠졌다는 뜻이 아니라 사랑이 줄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큰 사람은 얇음이 아니라 두터움에 머문다고 했습니다.
두터움이란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깊이 품는 마음입니다. 꽃보다 열매를 택하는 마음. 보여지는 순간보다 남겨지는 시간을 택하는 삶.
성경도 같은 길을 말합니다. 예수님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진다고 하셨습니다. 바리새인은 옳은 말을 했지만 세리는 진실한 마음을 드렸습니다. 하나님은 말보다 마음을 보십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의의 승리가 아니라 사랑의 낮아짐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덕은 보이려는 행함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스스로 낮아진 삶이었습니다. 진짜 덕은 기억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살립니다. 조용히 흐르고, 말없이 남고, 이름 없이 이어집니다.
덕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배어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