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번째 이야기
우리는 높아지는 법부터 배웁니다. 윗사람 앞에서는 조심하고, 아랫사람 앞에서는 긴장을 늦춥니다. 말은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커집니다. 이 질서가 익숙합니다. 그래서 침묵이 안전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노자는 다른 길을 말합니다. 세상이 바로 서려면 먼저 하나를 얻어야 한다고. 하늘이 맑은 이유도, 땅이 평안한 이유도, 만물이 살아 있는 이유도, 그 하나 때문이라고.
그 하나는 힘이 아니라 근본입니다. 지배가 아니라 질서입니다. 노자는 말합니다. 귀함은 천함을 근본으로 삼고, 높음은 낮음을 기초로 삼는다고. 그래서 옛 왕들은 스스로를 외로운 자, 부족한 자, 모자란 자라 불렀습니다. 그 말은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깨달음의 고백이었습니다.
높아질수록 자신이 비어 있음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사람은 빛나려 할수록 깨지기 쉽습니다. 옥처럼 보이려 하면 작은 충격에도 금이 갑니다. 하지만 돌은 다릅니다. 굴러다니고, 부딪히고, 닳아도쉽게 부서지지 않습니다.
노자는 말합니다. 옥처럼 빛나려 하지 말고 돌처럼 살라고. 돌은 낮은 곳에 있고, 눈에 띄지 않고, 칭찬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길을 만들고, 물을 흐르게 하고, 누군가의 발을 지켜 줍니다.
성경도 같은 길을 말합니다. 예수님은 가장 높은 분이셨지만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오셨습니다. 그분은 권세로 세상을 붙들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사랑으로 세상을 붙드셨습니다. 높아지려 하지 않고 낮아지셨기에 그분은 가장 높아지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진다고.
진짜 높음은 올라가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리를 낮추는 데 있습니다. 진짜 강함도 같습니다. 이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버틸 줄 아는 사람,빛나려는 사람이 아니라 남아 있을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오래 갑니다.
하나를 얻는다는 것은 정답을 얻는 일이 아니라 근본을 붙드는 일입니다. 그 근본은 높음이 아니라 낮음이고,
드러남이 아니라 버팀이며, 빛남이 아니라 지속입니다.
빛나는 것은 쉽게 깨집니다. 남는 것은 조용히 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