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것은 왜 낮은 곳에 머무를까

예순한 번째 이야기

by 이지

우리는 보통 힘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높이 올라가고 많이 가지고 크게 드러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자연을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강물은 높은 곳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그리고 그 낮은 곳에서 모든 물이 모여 바다가 됩니다.

노자는 바로 이 모습을 세상의 원리로 설명합니다.

“큰 나라는 아래로 흐른다.”

노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큰 나라는 천하가 만나는 곳이며 천하의 ‘암컷’이다."

여기서 ‘암컷’은 약함을 뜻하지 않습니다. 받아들이는 힘을 말합니다. 암컷은 고요함으로 수컷을 이깁니다. 조용히 받아들이는 힘이 결국 더 크다는 뜻입니다.그래서 노자는 말합니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 아래로 자신을 낮추면 작은 나라를 얻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 아래로 자신을 낮추면 큰 나라를 얻는다."

결국 서로 낮아질 때 평화가 생깁니다. 그래서 노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니다.

“큰 나라는 마땅히 아래에 있어야 한다.”

겸손은 종종 약함처럼 들립니다. 뒤로 물러나는 태도, 힘이 없는 사람의 자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자가 말한 겸손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물은 위로 오르려 하지 않지만 모든 생명을 살립니다. 강물은 싸우지 않지만 산을 깎고 땅을 만들고 세상을 바꿉니다.

그래서 진짜 힘은 높아지는 힘이 아니라 낮아지는 힘입니다. 낮아질수록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자는 세상을 물의 질서로 보았습니다. 강함은 늘 약함 속에 머물고 위대함은 낮아진 자리에서 완성됩니다.그래서 그는 ‘스며드는 힘’을 말합니다. 스며든다는 것은 상대를 밀어내지 않는 것입니다. 강제로 바꾸지 않고 조용히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이 힘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결국 가장 근원적으로 세상을 바꿉니다.

예수님의 삶도 이와 같았습니다. 그분은 높은 자리에서 세상을 다스리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오셨습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연약한 사람들 곁에서 함께 울고 함께 걸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

예수님의 왕권은 높아짐이 아니라 낮아짐에서 드러났습니다. 십자가는 패배처럼 보였지만 사람을 품는 하나님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신앙의 성숙도 비슷한 길을 걷습니다.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는 길로. 사람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사람 곁에 서는 길로.

그 길은 조용합니다. 하지만 그 조용한 힘이 세상을 바꿉니다.


사유의 한마디

물은 늘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그래서 모든 물이 그곳으로 모입니다. 겸손은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어지는 일입니다. 하나님도 그렇게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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