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젝 메일로 좌절했지만, 브런치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올해 6월 책을 쓰기로 결심을 하고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한글파일을 열고 제가 쓰고 싶었던 내용들을 무작위로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한글 파일명도 <무작위로 기록.hwp>
나는 왜 디자이너가 되었나
나만의 컨텐츠 만들기
고고미술사학과와 디자인의 만남
융복합 시대
한국적인 미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디자이너
.......
이런 식으로 적다 보니 어느새 A4 한 장이 꽉 찼습니다.
이상하게 그 한 장을 채우고 나니 책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목까지 번쩍 떠올랐습니다.
<비전공자가 디자이너 되는 방법>
저는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시각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쉽지도, 순탄하지도 않은 길이었습니다.
선배가 없으니 전체적인 로드맵을 물어볼 수도 없었고,
검색 문화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던 시절이라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디자인아카데미, 캘리그라피와 일러스트(이것들은 시각디자이너의 역량에 필요한 건 아니지만 전체적인 감각 향상을 위해 배워두고요), 석사과정,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저는 제 커리어에 필요한 전체로드맵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설계합니다.
눈물이 나던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초기에 꿈 설계를 완벽하게 잘 했으면 고속도로로 진입해 쭉 직진할 수 있는 날들을,
나는 학부때 전공 선택을 잘못하여 우회해서 좁은 골목을 사이사이 다니느라
힘은 힘대로 빼고,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는구나. 하는 생각을요.
그래서였던걸까요.
비전공자든 신입디자이너든, 그 누구에게든 전체로드맵에 도움이 되는 책을 써보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회사를 선택할 때
디자인 분야는 크게 인하우스와 에이전시로 나눠서 분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내용은 검색해서 나오는 내용이라고 쉽게 보시는 편집자 분도 계셨었는데요.
어찌되었건 이또한 전체 로드맵을 알아야 검색도 할 수 있는거거든요.
그런 이유로 저는 <비전공자가 디자이너 되는 방법> 을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원고는 5꼭지 정도를 쓰고, 기획서를 만들어 출판사 투고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체 초고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건 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하나로
30군데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메일함에는 리젝 메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쌓였습니다.
“선생님의 원고는 훌륭하지만 저희 출판사의 역량이 안되어서 출판으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가 일반적인 내용이였어요.
다른 분들의 출간기록들을 검색해보니 “보통 50군데 넣으면 1군데,
100군데 넣으면 2~3군데서 연락이 오더라!“ 하는 글도 보였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30군데 넣어보고 계속 리젝 당하다보니 ‘이게 맞아?’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작정 계속 투고를 할 자신이 없어졌어요.
그렇다고 지금 시작한 삽질을 단칼에 접을 생각도 들지는 않았구요.
저는 인생 모토를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로 두고 사는 ENTJ 여성입니다.. 허허허허허.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죠.
일단 제 원고가 진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반응을 어떻게 볼까 검색해보고
저는 <브런치스토리>와 <퍼블리>에 가입하고 작가신청을 했어요.
그 결과 <브런치>는 바로 작가가 되었고
<퍼블리>에는 탈락합니다. (흥, 퍼블리 너 구독 취소! 그 이후로 접속도 안함!)
그렇게 저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올해 8월 13일, 떨리는 마음으로 첫 글을 올렸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진 않았습니다.
구독자도 거의 없었고, 피드 속에 묻히는 글들 사이에서
‘그래, 꾸준히 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 글이 이상하게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작가, 에디터픽 최신글, 요즘 뜨는 브런치, 구독자 급증 작가...
그렇게 저는 알고리즘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할렐루야!)
순식간에 구독자 수가 오르고,
브런치 전체 순위 8위, 14위에 랭크되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논문 외엔 써본 글이 없던 저로서는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알고리즘을 탄 영광스러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보일 때마다 캡쳐를 해뒀습니다.
아, 이거다 싶었어요!
이어지는 이야기는 커밍쑨~~~ 모두 멋진 가을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