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다음에 온 뜻밖의 메일

다시 도전할 용기와 첫미팅

by 비심플

그렇게 저는 알고리즘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날 이후 제 글은 <오늘의 작가>, <에디터픽 최신글>, <요즘 뜨는 브런치>,

<구독자 급등 작가> 등 여러 코너에 매일같이 노출되기 시작했어요.


어느날은 브런치스토리를 열때마다 제 글이 보일 정도였어요.

그러다 어느 날, 브런치 전체 순위 8위, 14위에 랭크되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한달도 안된거 같은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물론 이 영광의 순간도 빠짐없이 캡쳐합니다.


그리고는 <브런치 화면캡쳐>라는 폴더를 만들고

그 안에 모든 캡쳐를 하나하나 모아둡니다.


맞습니다.

저는 아카이빙을 아주 사랑하는 여인네입니다.

허허허허허.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 캡쳐들은 무조건 써먹어야겠다.'

어디에?

출판사에 출판 투고할 때!


이메일 제목은 단정하게

본문은 진심을 담아 썼습니다.




[이메일내용]


안녕하세요. OOO이라고 합니다.

디자이너 커리어와 브랜딩을 주제로 한 도서

『비전공자가 디자이너 되는 방법』의 출판 기획서를 전달드립니다.

이 책은 주니어부터 시니어 디자이너까지, 커리어 단계별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을 실무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중략)...


그리고 마지막에 자랑스럽게 덧붙였죠.

참고로 독자의 반응을 보기 위해 브런치스토리에

약한달전 가입했고 원고를 연재한 결과

구독자 급등 작가로 거의 매일 선정되었으며,

전체 순위 8위까지 랭크되었습니다. .... (중략)...


브런치스토리 화면캡쳐


대략 이런 내용과 함께 마지막으로

첨부파일에는 기획서, 목차와본문 샘플을 첨부하고

총 20군데 정도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며칠 뒤, 답장이 하나둘씩 도착했습니다.

그중 다섯 곳에서 리젝이 아닌 희망적인 내용으로 연락이 왔어요.


한 곳은 ‘반반출판’이었는데,

“계약금은 드리지만, 대신 인쇄된 책 200부 정도는 직접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었습니다.

다양한 책을 출간하는 꽤 유명한 출판사였지만, 저는 바로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진짜 기획출판이었으니까요.


나머지 네 곳 중 한 곳은 메일로만 이야기가 오가다 마무리되었고

세 곳과는 실제 미팅이 잡혔습니다.


첫 번째 미팅 메일을 받은 날,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메일 제목을 여는 순간,

리젝메일을 열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공기가 흘렀어요.

“작가님의 글을 좋게 봤습니다.

편하신 일정에 미팅 날짜를 조율해보고 싶습니다.”


그 문장 하나가

마치 “얼른 우리 책 함께 내요”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허허허허허. 저 어쩌면 좋나요)

심장이 쿵 내려앉는거 같았어요.

몇 번이고 답장을 고쳐 썼습니다.

비슷한 문장을 다섯 번은 썼다가 지운거 같아요.


결국 깔끔하고 진심 어린 회신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 첫 번째 출판사 미팅이 잡혔습니다.


대망의 D데이.


저는 넘치게 꾸꾸꾸하고,

무려 1시간 넘게 메이크업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약속 장소에도 1시간 일찍 도착했죠.

말차라떼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가방 속에서 기획서와 자료를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중얼중얼

기획서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그렇게...

제 첫 번째 출판사 미팅의 문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 날이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이 될 줄은 그땐 몰랐죠....





ps. 브런치 화면캡쳐의 힘

참고로 위에 <브런치화면캡처>와 이메일 내용을 보여드렸던 것은

출판사에 투고를 하시려는 작가님들에게 힌트를 드리기 위해서예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매일 수십, 수백 통의 투고 메일이 쏟아질거예요.

저는 그 중 제 메일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식이 바로

‘검증된 반응’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죠!


결과는요?

처음 30군데에 메일을 보냈을 땐 전부 리젝이었는데,

<브런치 화면캡쳐>를 첨부하고 보냈을 땐 20군데 중 5군데에서 희망적인 연락이 왔습니다.

효과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투고를 준비 중인 분이 작가님이 계시다면

저처럼 <브런치 반응 아카이빙>을 적극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브런치는 출판 관계자들이 많이 보는 플랫폼이고,

이곳에서의 노출은 일종의 ‘독자 검증 마크’ 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이 작가는 이미 반응이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죠.


또다른 내용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저도 투고 초반엔 똑같은 실수를 했습니다.

출판사에 보낸 메일은 대부분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어요.


-제목

-본문 내용

-브런치 화면캡쳐

-첨부파일: 기획서, 목차, 본문 샘플


브런치화면캡쳐만 좀 남달랐지 나머지는

그야말로 복붙의 향기 가득한 이메일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 출판사 대표가 쓴 SNS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메일 투고 진짜 지겹다.

복붙 티 나는 메일들.

최소한 우리 출판사가 어떤 책을 내는지는 보고 보내야 읽어볼 마음이라도 들지.”

그 한 문장에 머리를 쎄게 한대 맞은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 A출판사께는

‘A출판사의 책들이 제 글과 결이 맞아 이렇게 투고드립니다.’

이 정도 한 줄만 써도 이메일을 읽어볼 맛이 나겠다.”

뭐 맥락상 그런 뜻이였습니다.


정말로 아차 싶었습니다.

저는 다음 책을 투고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꼭 ‘출간이 되고 싶은 출판사 10곳’을 추려서

각 출판사의 색깔과 책의 결을 먼저 파악한 뒤

더 정중하고 세심한 메일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작가님에게도

제 다짐이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글을 마칩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저녁 되세요 :-)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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