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멈춘 문 뒤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이 반짝이고 있을지도 몰라요.
두근두근.
그렇게 A출판사와의 미팅 날이 다가왔습니다.
너무 설레는 마음에 약속 시간보다 무려 한 시간이나 먼저 도착해버렸습니다.
말차라테를 마시며 기다리는 시간이 이렇게나 길 줄이야....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 편집자는
이름만 보고 미리 상상했던 단정하고 딱딱한 인상의 남자 편집자가 아니었습니다.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연예인을 연상시키는어나더레벨의 미모를 가진 젊은 여성 편집자였습니다.
와.... 순간 미모에 살짝 놀라 인사와 명함을 주고받고 자리에 앉았는데,
편집자가 밝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여기 티라미수가 진짜 맛있어요. 커피랑 같이 드셔보실래요?”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습니다.
‘아 지금 떨려 죽겠는데 티라미수?
가루 다 떨어져서 입가에 갈색 가루 범벅되면 어쩌라고요…?’
그렇지만 놀라지 않은척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요! 편집자님은 드세요. (사회적 미소 장착)”
그런데 편집자가 티라미수를 아주 자연스럽게 먹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뭐랄까…
외국 영화 속 장면처럼 너무 세련되고 멋져 보였습니다.
(허허허. 제가 촌스러운 것으로 마무리 합시다)
A출판사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출판사였습니다.
10개가 넘는 브랜드를 보유한 ‘진짜 대형’ 출판사였던 것이죠.
‘와… 이런 출판사에서 내 첫 책을 낼 수도 있다니? 이거 완전 대박인데’
혼자 속으로 또 김칫국 한 사발을 마시며 마음이 부풀어 오릅니다.
편집자는 비전공자로서 20년 넘게 현업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강의·심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스토리를 확장해온 점을 높게 평가해주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피드백은,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작가님이 ‘대가’의 포지션은 아니세요.
하지만 20년 넘게 사회생활을 이어오시면서 강의와 심사까지 경험해오셨잖아요.
그래서 독자 입장에서는 전혀 거부감 없이, 현실을 잘 아는 사회 선배가 해주는 조언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그 말이 의외로 편안하게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저의 위치를 실례되지 않게,
그러나 정확하게 짚어주면서
그 포지션 자체가 ‘장점’이라고 표현해주는 그녀의 애티튜드가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비전공자가 디자이너 되는 방법’이라는 초기 기획 방향이었습니다.
편집자는 지금 시대에는 비전공자 디자이너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이 주제만으로는 임팩트나 확장성이 약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해주었습니다.
대신 ‘브랜딩’에 포커스를 맞추자는 아이디어를 주었습니다.
퍼스널브랜딩 시대에 1인 브랜드 디자이너라는 포지션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더 영향력 있게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편집자의 설명을 들으니 제 원고와 기획서를 정말 꼼꼼히 살펴보고 오랜시간 검토한 끝에 나온 생각들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전적으로 동감했구요.
결론적으로 목차와 주요 콘텐츠 중 두 꼭지를 수정해 다시 보내기로 했습니다.
대화는 점점 더 구체적으로 흘러갔습니다.
계약 조건, 인세, 표지 디자인, 추천사 후보까지 이야기하며
제 마음은 말랑말랑하게 부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폭발할 듯한 마음을 부여잡고 목차를 수정하고,
기획안을 다듬고, 원고를 여러 번 반복해 고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디데이에 맞춰 수정 원고를 발송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때 직감했죠.
‘아… 또 엎어졌구나.’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이승환이 부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어느날
편집자에게서 문자가 아닌 길고 정성스러운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편집자는 이 기획이 좋다며 회사에 강하게 추천했지만
마케팅 부서에서 ‘수익성이 낮을 것 같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첫 미팅에서 꿈꿨던 A출판사와의 문은 조용히 닫혀버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그 순간 크게 낙심되지 않는겁니다.
오히려 첫 미팅에서 나누었던 기획 방향과 조언들을 기반으로
원고를 수정하면서 제 책에 대한 믿음이 좀 더 자란 상태여서 그랬을까요?
‘그래. 이 방향으로 다시 정리하면 분명히 또 기회가 올 거야.’
이런 용기가 오히려 더 단단하게 올라왔습니다.
(아 정말 잡초같은 여자....)
저는 그렇게 다시 기획서를 다듬고 재도전을 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괜찮아! 오히려 좋아!'
그렇게요.
요즘 여러 가지 일들로 글쓰기가 뜸했네요.
그래도 브런치는 하루도 놓치지 않고 들어와서
제가 사랑하는 작가님들의 공간 수시로 방문하며, 틈틈이 글을 읽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라떼 한 잔과 함께 타닥타닥 글을 쓰니 마음이 가지런해지는 느낌이예요.
아름다운 가을 주말입니다.
저는 오후에 남편과 산책을 나가고, 맛있는 스시도 먹어볼까 합니다.
우리 작가님들도 풍경처럼 아름답고 포근한 가을날 보내시길 바랄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