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디자이너, 2년의 생존기

커리어스텝2. 주니어 ∙ 미드레벨디자이너

by 비심플
20250818_114711.png 주니어디자이너!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여차저차, 여차저차하니 어떻게도 살아남아

주니어디자이너 레벨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다.







AM 9:40

커뮤니케이션은 ‘디자인의 절반’


컴퓨터 화면에는 끝없이 튀어나오는 피드백 창이 깜빡인다.

회의실에서는 기획자와 마케터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낸다.

“왜 버튼을 이렇게 작게 만들었어요?”

“배너가 너무 커서 콘텐츠가 안 보여요!”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하고요?”

아, 미치겠다. 오늘도 질문 요정 출몰...


신입 시절 막 지나, 이제 갓 주니어 타이틀을 달았지만,

여전히 긴장속이다.


‘뭐 또 잘못한 걸까?’

‘이러다 팀장님 폭주하시는거 아니겠지?’


디자인 실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이는 결과물보다,

보이지 않는 태도와 센스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더 많은 것을 결정한다.


논리와 이유를 말로 풀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예쁘게 만든 디자인도 결국 오해만 남는다.


오늘도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내 디자인을 말로 설명할 수 있게 하자.”







AM 11:00

피드백은 공격이 아니다


점심시간 전 브랜드 회의가 잡혔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요.”

“브랜드 이미지랑 안 맞는 것 같아요.”

(다시 질문 요정 출몰… 오늘 점심도 소화가 안될 듯)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마음이 쪼그라든다.

유대리가 놀리면 ‘복숭아 메이크업’이라고 스스로 위로해야지.


하지만 나는 지혜로운 주니어.

잠시 감정을 내려놓고 메모에 집중한다. 생각은 잠시 접는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와 시원한 아아를 들며 한 템포 쉬면,

피드백 속 의도가 보인다.


“이건 나를 공격하는 말이 아니라, 작업물을 개선하자는 제안이구나.”

메모를 정리하며 차분히 다시 생각하면 훨씬 더 전략적인 수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밥부터 먹자.

오늘 점심은 가츠동이다.



20250818_114122.png 후식으로 아바라






PM 2:00

완벽보다 일단 보여주기


가츠동 먹고 후식으로 아바라까지 야무지게 처리했으니, 이제 오후 업무 시작!

이번건은 패션 브랜드 광고디자인.

마지막 데드라인을 앞두고, 완벽하게 만들어 나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완벽을 기다리다간 팀 전체가 시간에 쫓긴다.


그래서 초안이라도 먼저 공유한다.

안 그랬다가 지난번에 더럽게 깨졌으니까, 나는 학습의 요정이니까.


“50% 정도 완성된 초안입니다. 체크 부탁드릴게요.”


사수는 바로 피드백을 주고,

기획자와 마케터는 방향을 잡아준다.

중간중간 보여주면서 반영하니,

팀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일머리 있는 디자이너’라는 소리도 듣는다.


완벽보다 중요한 건, 속도와 공유.

완벽한 혼자 놀이는 이제 그만.








PM 4:00

기록하고 공유하기


오후 늦게, 또 다른 회의가 끝난다.

여러 사람의 피드백과 결정 사항이 뒤섞여 있다.


말로만 기억하면 금세 사라진다.

기억은 왜곡되고, 시간이 지나면 흐려진다.


나는 아이패드에 꼼꼼하게 기록하며, 팀 채널에 공유한다.

회의록, 결정사항, 다음 액션까지 모두 남긴다.


기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다.

신뢰와 자기 보호 장치, 그리고 팀 전체 기준이 된다.


덕분에 나는 중요한 프로젝트에도 더 자주 투입되고,

쉽게 말해 예쁨 받는 디자이너가 된다.


디자인만 잘한다고 회사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

말도 잘해야 하고, 피드백 속 상처도 견뎌야 하며,

덜 다듬어진 초안도 과감히 보여줄 줄 알아야 한다.


주니어 디자이너의 하루는 이렇게 실력 + 태도 + 전략적 공유가 동시에 필요한

서바이벌 게임 같다.



오늘도 불살랐다.

서바이벌이고 나발이고,

집에 가서 맥주 한 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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