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와 우도에 고립되다
04. 옷 한 벌로 5일 버티기
[지난 이야기]
(중략)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녹음된 멘트만 반복적으로 흘러나올 뿐이었다. 나와 그 남자는 우도를 꼭 나가야만 했다. 우도를 나가지 못하면 오늘 육지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수 없고, 렌터카 반납도 어렵다. 그리고 내일 그 남자는 출근을 해야 한다. 더군다나 하루도 아니고 사흘이나 배가 뜨지 않는다니, 배가 뜨지 않는 게 현실이 된다면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우리에겐 간소화된 1박의 작은 짐밖에 없었다.
"우리 이제 어떡하지?"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우도에서는 첫 배가 뜨지 않으면, 그날 모든 배는 뜨지 않는다고 했다. 나와 그 남자처럼 우도에 고립된 경험을 풀어둔 블로그가 꽤 있었다.
"이 사람들도 설마 하다가 갇혔대."
우리는 우선 해결해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3일 간 더 묵을 숙소 구하기, 비행기 취소하기, 연차 사용하기, 렌터카 연장하기. 다행히도 원래 묵고 있던 숙소 사장님께서 3일간 저렴한 가격에 묵을 수 있도록 제안해 주셨고 우리는 그 제안에 응했다. 여전히 냉장고 가동 소리는 기분이 나빴지만, 우도에 갇힌 마당에 더 좋은 조건의 숙소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행히 비행기는 항공사에 직접 예약했기에 취소수수료만 내고 환불할 수 있었고, 렌터카도 저렴하게 연장했다. 그리고 그 남자의 회사에서 현 상황을 이해해 주시고 연차 사용을 허락해 주셨다. 물론 나도 그 남자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마음이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모든 게 당황스러웠지만 차분하게 문제 상황을 해결해 나갔다. 어쩐 일인지 해결은 순조롭게 되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허기짐이 몰려왔다. 검색해 보니 우도는 관광객이 들어와서 소비하는 섬이어서, 배가 뜨지 않으면 대부분의 가게가 운영을 하지 않았다. 절망 끝에 찾은 소식. 우도에서 가장 맛집인 햄버거 가게는 배가 뜨지 않아도 늘 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맛있는 햄버거 가게로 향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언제든 긍정적인 그 남자와는 고립된 상황에서도 즐거웠다. 맛집이 열려 있다니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룰루랄라 햄버거 가게 가는 길을 즐겼다. 강한 바람 탓에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갇힌 사람이 몇 없는지 길을 걷는 동안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 아름답고 고요한 섬에 갇히다니! 복작복작한 관광지가 아니라 우도 섬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아 괜히 들뜨기도 했다.
"이 정도 바람이면 정말 배가 안 뜰지도 모르겠어."
햄버거 가게 앞의 바다는 정말 난리였다. 한눈에 봐도 거친 파도. 저렇게 강한 파도 위에는 그 어떤 배도 뜰 수 없을 것 같이 보였다. 마침내 햄버거 가게에 들어서니 해맑은 직원분께서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섬에 언제 들어오신 거예요?"
"어제 들어왔다가 갇혔어요. 여기는 매일 운영해요?"
"네, 배가 안 떠도 열어요."
"자주 올게요."
햄버거 가게엔 우리에게 딱 필요한 책갈피를 판매했다. 우도의 여러 풍경을 담은 책갈피라니! 그 남자와 나는 이것저것 보다가 맘에 쏙 드는 책갈피를 골랐다. 그리고선 햄버거 가게 앞의 바다가 보이는 의자에 앉아 바깥 풍경을 멍하니 봤다.
"진짜 파도가 세긴 하다."
"그러게. 우리 이 바람을 뚫고 왔어. 그래도 아름답다."
비록 상황은 좋지 못했지만, 나와 그 남자는 그런 상황도 즐기며 둘 만의 또 다른 에피소드가 생긴 것 같아 마냥 행복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해결됐으니까. 바깥 풍경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우리를 본 가게의 직원분께서 말씀하셨다.
"두 분 사진 찍어드릴까요?"
"우와! 너무 좋아요."
"두 분 앉아 계시는 모습이 너무 예뻐요. 정말 잘 어울리세요."
햄버거 가게의 직원분의 센스 덕분에 당시 우리의 행복했던 감정이 담긴 사진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었다. 맛있게 햄버거를 먹고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파란 하늘, 한적한 섬, 그리고 사랑스러운 그 남자.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이 사람과 아름다운 섬에 갇혔다니, 너무 낭만적이었다. 발걸음도 가벼웠다. 적어도 그 장면을 보기까지는.
"우도에 갇힌 사람이 우리뿐일까? 정말 사람이 없네."
"그러게. 다들 어디서 뭐 하려나?"
"어, 오빠. 저 집엔 사람이 있어."
"잠시만. 사람이 죽어있어. 다시 돌아보지 말고 여기 그대로 있어. 움직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