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섬에서 목격한 죽음

그 남자와 우도에 고립되다

by 지윤
[지난 이야기]
(중략) 맛있게 햄버거를 먹고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파란 하늘, 한적한 섬, 그리고 사랑스러운 그 남자.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이 사람과 아름다운 섬에 갇혔다니, 너무 낭만적이었다. 발걸음도 가벼웠다. 적어도 그 장면을 보기까지는.
"우도에 갇힌 사람이 우리뿐일까? 정말 사람이 없네."
"그러게. 다들 어디서 뭐 하려나?"
"어, 오빠. 저 집엔 사람이 있어."

"잠시만. 사람이 죽어있어. 다시 돌아보지 말고 여기 그대로 있어. 움직이지 마."


난생처음으로 사람의 죽음을 목격했다. 평소에도 관찰력이 없는 나는 사실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관찰력이 뛰어난 그 남자는 이상함을 즉각적으로 감지했다. 그는 두려웠음에도 나를 절대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상황을 다시 파악했다. 그리고서는 바로 112에 신고했다.

신고 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추웠다. 강한 바람 탓인지, 무서운 사실 때문인지 몸은 굳고 사고는 정지되었다. 당시 내가 느꼈던 것은 추위가 아니라 공포였을지도 모른다. 그 남자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과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분명히 그 남자도 공포에 휩싸여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먼저 챙겼다. 그리고 경찰관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현장을 지켰다. 경찰관은 영상통화로 사건 현장을 비춰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 남자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영상통화를 왜 해?"
"현장을 확인하려고 하시나 봐."
"나는 오빠가 가까이 안 갔으면 좋겠어. 오빠가 현장을 보여줘야 할 의무는 없어."
"그래도 부탁하시는데..."
"곧 오시잖아. 신고한 것으로 이미 충분한데, 굳이 가까이 가야 해? 가지 마. 더 이상 보지 마. 그냥 기다리자."

경찰관은 현장 신고가 사실인지 확인을 위해 영상통화를 요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해는 거기까지였다. 경찰관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단순 목격자인 그 남자에게 가까이 가서 영상통화를 해달라니. 그분들에겐 하나의 일이겠지만, 일반 사람인 우리에겐 앞으로의 트라우마가 될지도 모르는 일생일대의 엄청난 사건이었다. 결국 영상통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소방차와 경찰차가 금방 현장에 순차적으로 왔다. 결과적으로는 그 남자가 목격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경찰관에게 목격한 상황의 전후를 설명하고, 경찰차 트렁크를 받침 삼아 진술서를 작성했다.




모든 일은 순식간이었다. 서술하는 지금도 무섭고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나와 그 남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이 섬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사흘 뒤에나 나갈 수 있다는 현실이 우리를 더욱더 괴롭게 했다. 숙소를 돌아가는 길이었으니 우리는 할 도리를 다 하고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를 나섰던 발걸음과 돌아가는 발걸음은 너무나도 달랐다. 아름다운 섬이었던 우도는 이제 공포의 섬이 되었다. 한 동안 갇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만 해도, 영화 <허리케인>나 <콘크리트 유토피아> 같은 재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자는 우스갯소리를 나누었는데 영화 속 자연재해보다 더한 재난이 현실에 있었다.

그러나 주변 세상은 모두 그대로였다. 사실을 목격한 나와 그 남자에게만 세상은 달라 보였다. 당시에는 둘 만이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행동도 말도 꺼내기 어려웠다. 정황만 아는 나도 이렇게 떨리고 무서운데, 실제로 상황을 몇 번이고 확인한 그 남자는 어떻겠는가. 그 남자의 심리상태가 너무나 걱정되었다. 그 남자는 교과서처럼 목격자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는 듯이 상황을 파악하고 신고를 하고 추후 처리에 협조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라 엄청난 충격과 공포의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 상황을 다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공포였다. 다시 돌아온 숙소에는 긴 침묵만이 흘렀다.




기나긴 침묵을 깬 것은 그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이었다.

"저기, 우도파출소 000입니다. 000 씨 본인 되시죠?"

"네. 맞습니다."


"파출소로 오실 수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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