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빨리 가주세요

빨리빨리

by 채니아빠

"최대한 빨리 가 주세요."

손님 승차 위치에 도착하고 대략 2, 3분이 지났다. 노쇼겠거니 하고 있는데 뒷문이 덜컥하고 열리고 손님이 타면서 던진 첫마디였다.

탑승 버튼을 누르니 도착지까지의 내비 안내가 실행되며 거리가 나온다. 1.6km.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저 웽웽거림 몇 번과 차선 바꾸기 몇 번.


택시 운행 시 보통은 15분에서 30분 정도 소요 되는 거리가 가장 흔하다. 30분 거리를 무자비하게 운행하더라도 단축시킬 수 있는 시간은 2분 전후가 고작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신호와 교통 체증 때문이기에 사실 기사가 할 수 있는 범위는 무척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운행하는 입장에서도 빠르게 도착하고 다음 콜을 기다리는 게 낫기에 일부러 천천히 운행하는 경우는 없다. 사실 험하게 몰면서 빠르게 운행을 하게 되면 온 신경이 곤두선다. 온갖 돌발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고, 시야도 이리저리 확보해야 해서 이렇게 30분을 달리고 나면 바로 피곤함이 몰려온다.


직장을 다니던 시절 대구 출신의 신입 직원을 내 부서로 받은 적이 있다. 입사한지 반년쯤 지났을 때 서울 생활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제일 인상적인 것이 뭐냐고.

"처음 면접 보러 왔을 때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제 어깨를 밀치며 거의 뛰어다니더라고요. 무척 놀랬어요. 근데 요새는 제가 다른 사람들 어깨를 밀치고 다니고 있더라고요." 그의 대답이었다.


'빨리빨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말 중에 하나란다. 외국인이 안녕하세요 다음으로 배운다는.

그리 바쁘게 산다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무엇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그리도 바쁘게 뛰어다닐까? 조급함이 가져다주는 건 무엇일까?


10분만 일찍 나와도 버스를 타기 위해, 전철을 타기 위해 뛰지 않아도 된다. 떠나는 차를 보면서도 다음 차를 타도 되고, 깜빡이는 신호등을 보면서도 다음 신호를 기다릴 여유가 있으니까.

한때 영등포에서 잠실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한 적이 있다. 전철을 벗어나 한강변을 달리다 보면 날씨가 춥다, 덥다가 아니라 쾌청하다, 시원하다, 우중충하다 등으로 바뀌고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도 바뀐다. 빠르다는 게 효율적일 수는 있겠지만 과연 행복한 것일까.


모처럼의 한가한 휴일,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비를 보며 한껏 게으름을 만끽하고 있다. 뒹굴 뒹굴 하다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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