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캐나다까지::
어쩌면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을 가져다준 사건은 대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학교에서 오며가며 마주쳤던 유학생 친구가 내쪽으로 걸어오며 'Hi'라고 인사한다. 몇 번 버스 타고 가냐는데,, 15번 타고간다니까 자기도 그거 탄단다. 속으로 조용히 '큰일났다' 고 생각했다.
버스에 타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하지만 입에서는 완벽한 한 문장을 꺼내기가 힘들다. 아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열심히 대답은 해보는데 이야기하는 나도 답답하고, 들어보려는 쟤도 답답하고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리고 제일 싫은건 이러한 상황을 다보고 있는 버스 승객들...마치 나를 바보라고 광고하고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사실 아무도 관심없지만 )
'ummm... sorry?'
'ahhh~ really~?'
괜히 어색해서 한껏 오바하는 리액션으로 상황을 얼렁뚱땅 무마하던 중, 꿈에도 그리던 내릴 타이밍이 되자 'Bye!!!!' 하고 도망치듯이 내렸다. 내리자마자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현타가 물밀듯이 밀려오고 이내 생각했다.
"아, 영어공부해야겠다"
당시, 외국어는 해외에서 공부해야한다고 여겼던 어린 나의 적극적인 어필로 부모님께서 어학연수 허락해 주셨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삶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아예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을 만나는 경험 자체가 내 인생에 큰 자산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집 가정형편상 어학연수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최대한 돈낭비를 줄이고자 많은 준비와 조사가 필요했다.
우선, 나와 맞는 국가를 찾기위해 원하는 조건을 이것저것 끄적여보았다.
- 치안이 좋은 곳
- 어학원 선택지가 많은 곳
- 한국인들이 많이 없는 곳
-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
내 조건중 오류라면, 치안도 좋고 어학원 커리큘럼도 좋은데 한국인이 많이 없을 수가 없다. 그래서 조사하다가 저 조건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지금은 어학연수에서 중요한게 한국인이 있냐 없냐의 차이가 아님을 깨달은 상태)
주변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친구들을 둘러본다면 아래 정도로 나뉘었던 것 같다.
' 나는 갓성비로 오랫동안 어학연수를 즐기고 싶어 '
=> 필리핀
' 나는 대도시로 떠나고 싶어 '
=>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
' 나는 자연적인 곳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영어공부하고싶어 '
=> 몰타, 뉴질랜드 등
(무려 2017년 기준)
다양한 어학원과 높은 치안 그리고 지루하면서 지루하지않는것 같은 곳(?)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결국 내가 선택한 곳은 <캐나다> 였다. 기왕이면 좀 더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어울려보고 싶었고, 기왕이면 큰 도시로 나가보고싶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 완벽한 선택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엔 내 기준 가장 잘 부합하는 국가라고 판단했다.
캐나다 8개월은 돈이 너무 많이들고,,, 그렇다고 6개월만 가자니 너무 짧은 것 같고,, 결국 '돈'이라는게 내가 더 오래 경험하고 싶은 세상을 가로 막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돈, 돈, 돈!!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게 필리핀이었다. '그래,, 꼭 한 국가에서만 오래있을 필요는 없잖아? 필리핀에서 한 2개월정도 있고 캐나다로 가면 돈을 더 절약할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번뜩 들며 세부 어학원 커리큘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거의 필리핀 대부분 어학원에선 1:1로 수업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리스닝, 스피킹, 문법, 라이팅 등까지 세세하게 교정받을수 있었다! 게다가 호주출신 선생님과 그룹수업까지 있다니 ! 아예 말한마디 못떼고 바로 캐나다에 가는것보단 세부에서 기초를 다진뒤에 캐나다에 가는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갑자기 한줄기 빛이 내린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학원과 유학원을 본격적으로 물색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