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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성'_스페이스 브랜딩 제2원칙

'Simplicity'

"'단순성'은 복잡함을 분명함으로 바꾸는 예술이다."


'단순성'은 '명확성'의 또 다른 이름


우리가 파리와 같은 유럽의 구도심을 처음 방문했을 때, 뇌리에 남는 첫인상이 있다. 그 첫인상은 방문자들이 유럽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고, 다시 방문하고 싶어지게 한다.


그 인상은 바로 건물들의 동일한 높이와 비슷한 재료가 만들어 내는 단순한 도시 풍경이다. 고압적이지 않은 낮은 높이의 단순함이 도시를 편안하게 만든다.


단순함이 배경이 된 거리에서 1층의 작은 스토어, 카페들의 존재감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눈에 들어온다. 마치 공원처럼 차분한 단순함이 친근한 인상으로 도시를 스페이스 브랜딩, 공간으로 브랜딩 하는 것이다.


상식이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지혜다. 모든 사람들이 비슷하게 갖고 있는 기억을 디자인의 상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스페이스 브랜딩의 지혜로운 접근법이다. 상식이란 사전적으로 “순수한 의미의 올바른 판단으로서 편견이나 지적인 난해함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정의된다.1)


상식적 접근이란 고객이 특별한 경험이나 지식 없이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함을 말한다.


Bruder Klaus Field Chapel(2007) by Peter Zumthor, 직사각형의 콘크리트 단순함은 내부에 스토리와 원초적 다양성을 품고있다. ©송인준


Bruder Klaus Field Chapel(2007), 뚫린 상부에서 하늘의 빛이 쏱아진다. ©송인준


Bruder Klaus Field Chapel(2007), 원초적 공간은 한가족을 위한 기도실이다. ©송인준


현대인의 생활공간인 도시는 매우 복잡하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현대인이 머무르는 공간에도 여러 자극이 존재한다. 심리학적 용어로 자극 과잉이라고 하는 도심 공간 속 수많은 자극들은 사람들을 피곤하고 지치게 한다.


실제로 자극이 지나친 환경에서는 의외로 자극이 없는 빈 공간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더 받는다. 커뮤니케이션 과잉 사회에서 고객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 수단은 마음을 단순화하는 것이다.2)


상식과 단순함이 힘을 얻게 되는 이유다. 복잡함을 상식으로 단순화시키면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도 무엇인가를 쉽게 기억할 수 있다.3)


‘단순함’은 고객 감각의 실마리


기업이나 비즈니스의 스페이스 브랜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양식, 스타일의 접근이 가능한 비즈니스의 스페이스 브랜딩에서 공간과 건축은 상식에 입각한 단순한 형태를 추구하는 것이 좋다.


스페이스 브랜딩에 필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에 존재하는 인식의 순간 포착이다. 깊은 사고도 필요 없고, 제안도 필요 없다.”4) 상식에 입각한 단순성은 고객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애플 매장을 바라본 고객은 비어 있는 공간의 이미지에 이끌려 매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 이유는 명쾌하고 읽기 쉬운 디자인, 즉 단순성이다. 고객은 감각의 실마리를 빠르게 확인할수록 흥미를 느끼고 호감을 갖게 된다.


단순함이란 고객이 공간과의 첫 대면에서 편함 또는 관계가 있다. 공간에서 어떤 의문이나 분석, 해석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때 고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공간에 신뢰감을 갖는다.5)


‘단순성’은 ‘다움’ 메시지의 핵심


스페이스 브랜딩은 ‘기표(기업의 이미지)’와 ‘기의(기업의 가치관, 다움)’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단순함을 긍정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단순한 사람이라면 숙맥을 의미하니 부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단순하게 취급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단순함을 피하려 한다.6) 그러나 스페이스 브랜딩을 위한 단순함의 정확한 개념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핵심에 있다.


핵심에 이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스페이스 브랜딩 프로세스에서 꼭 해야 할 일은 중요하지 않은 이미지, 메시지를 제거하는 것이다.


Dior's flagship(2014), Omotesando, Japan by SANNA

반투명 물결모양의 아크릴 스크린 앞에 놓인 투명한 유리벽의 단순함은 밤이 되면 드라마틱하게 내부의 빛을 뿜어내는 공간이 된다. ©김주연


2001년 뉴욕 5번가 최초의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함으로 스페이스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다. 투명한 유리 큐브와 그 안에 떠 있는 하얀 애플 로고를 보자. 더 이상 뺄게 없는, 더 이상 단순해질 수 없는 단순함의 정점이다.


‘단순함’은 복잡함을 분명함으로 바꾸는 예술적 성배


프랑스의 작가 생텍쥐페리(Saint-Exupéry)는 단순함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7)


첫인상에 방해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지워야 한다.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것이다. 첫인상은 대부분의 경우 가장 정확한 판단으로 남는다. 단순함은 복잡한 것을 분명함으로 바꾸는 예술이다.8)


지인에게 전해 들었던 프랑스 작가이자 수학자, 철학가로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는 말을 남긴 파스칼Blaise Pascal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그의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파스칼은 위로의 글을 40페이지나 써서 주면서 마지막 문장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너무 시간이 없어서 1페이지로 글을 쓰지 못했음을 용서 바란다.”


기업의 비즈니스 플랜이 ‘못’이라면 ‘공간’, 스페이스 브랜딩은 그 못을 박는 ‘망치’이다. 마케팅 이론가 잭 트라우트는 단순함을 특히 강조한다. 특별한 것 한 가지에 집중해서 단순함으로 차별화를 하라는 것이다. 고객의 혼란함을 야기할 수 있는 다양성보다는 응축된 단순한 하나의 메시지나 단어가 낫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성이야 말로 ‘성배’”라고 까지 말한다.9)


복잡함은 사람들의 생각을 모호하게 만들지만 단순함은 ‘진실’에 가깝게 다가온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젊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문장이 있다.


“당신이 평이하고 단순한 언어, 짧은 단어와 간략한 문장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영어를 쓰는 방식이다. 그것은 현대적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글을 쓰는 방식이다. 그 방식을 계속 유지하라.10) "


공간의 첫인상 ‘다움’을 위한 ‘응축된 단순함’은 스페이스 브랜딩에서 쉬운 명제는 절대 아니다. 공간의 ‘응축된 단순함’은 세상에게 가장 짧은 시라고 하는 일본의 한줄시 ‘하이쿠’와 비슷하다. 첫인상에 방해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지워야 한다.


다양성을 품는 ‘단순성’


그러나 본질적으로 공간은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다. 스페이스 브랜딩을 위한 공간의 단순성을 사전적인 의미로만 접근할 수는 없는 이유다. 인간은 적당한 자극을 선호한다. 자극이 너무 없으면 지루해하고, 자극이 너무 많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스페이스 브랜딩 공간은 눈에 쉽게 읽힐 수 있도록 전체적 이미지는 단순화하면서도 상세한 부분, 디테일에 있어서는 체험적 다양성을 품고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단순성은 형태나 조형적 질서, 소재나 색상의 통일 등으로 가능하다.


Perfect Diary chengdu flagship store(2019) by Betwin Space

중국 청두시. 단순성으로 강력하게 스페이스 브랜딩되었다. 건물의 파사드와 층별 공간의 첫인상은 단순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인상의 다양성을 경험하게 된다. ©Betwin Space


Perfect Diary chengdu flagship store(2019) by Betwin Space ©Betwin Space


Perfect Diary chengdu flagship store(2019) by Betwin Space

건물의 파사드와 층별 공간의 첫인상은 단순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인상의 다양성을 경험하게 된다. ©Betwin Space


Perfect Diary chengdu flagship store(2019) by Betwin Space ©Betwin Space


멀리서 보았을 때는 전체적으로 공간의 단순함이 느껴지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형태나 재료의 다양성이 있을 때 고객들은 그 단순함과 다양성 사이의 긴장을 통해 공간을 감각적으로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다. 노발리스Novalis는 이렇게 말한다. “예술 작품에서는 질서의 베일을 통해서 혼돈이 아른거려야 한다.”11)




<5줄 요약>


"'단순성'은 복잡함을 분명함으로 바꾸는 예술이다."



"단순하게 응축된 하나의 메시지는 ‘성배’이다”



"스페이스 브랜딩은 ‘기표’와 ‘기의’를 일치시키는 것"



“완벽함이란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스페이스 브랜딩에 필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에 존재하는 인식의 순간 포착"




김주연 <스페이스 브랜딩> pp.76-79

1) 김유경 옮김, 잭 트라우트·스티브 리브킨 지음, "단순함의 원리", 21세기북스, 2000.8.30., 21쪽 재인용

2) 안진환 옮김, 잭 트라우트·엘 리스 지음, "포지셔닝", 을유문화사, 2016.11.30. 25쪽

3) 김유경 옮김, 잭 트라우트·스티브 리브킨 지음, "단순함의 원리", 21세기북스, 2000.8.30. 15쪽

4) 이수정 옮김, 잭 트라우트 지음, "잭 트라우트, 비즈니스 전략", 청림출판, 2004.7.15., 135쪽

5) 이정명 옮김, 댄 힐 지음, "감각 마케팅", 비즈니스북스, 2004.8.10., 69쪽

6) 김유경 옮김, 잭 트라우트·스티브 리브킨 지음, "단순함의 원리", 21세기북스, 2000.8.30., 13쪽

7) 안진환·박슬라 옮김,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스틱!”, 엘도라도, 2007.6.20., 52-53쪽 재인용

8) 이수정 옮김, 잭 트라우트 지음, "잭 트라우트, 비즈니스 전략", 청림출판, 2004.7.15., 130쪽

9) 안진환 옮김, 잭 트라우트·엘 리스 지음, "포지셔닝", 을유문화사, 2016.11.30. 200쪽

10) 김유경 옮김, 잭 트라우트·스티브 리브킨 지음, "단순함의 원리", 21세기북스, 2000.8.30., 27쪽 재인용

11) 정영목 옮김,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청미래, 2011.8.10., 210쪽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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