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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공간의 트렌드와 미래: 1편

Trend and Future of Retail Space: Part 1

"리테일 공간은 다루기 어려워서 더 매혹적인 컨텐츠이다"


왜 우리는 리테일 공간을 이야기 하는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힙 플레이스’는 대부분 리테일 공간이다. 성수동 연무장길에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는 카페와 복합문화공간, 도산공원 인근의 플래그십 스토어들 모두 상업공간이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주거나 업무공간은 배타적 공간일 수밖에 없기에 접근이 자유로운 리테일 공간은 항상 대중들의 관심을 원하고, 그리고 회자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리테일 공간을 탐미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용도가 가진 본연의 성질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Illustrated by Roh Joonchul


미국의 NCRIEF에서 발표하는 부동산 자산지수(NPI : NCREIF Property Index)를 보면, 리테일 자산은 오피스, 아파트먼트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리테일 시장과 관련된 창고와 물류 부동산까지 포함하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리츠(REITs) 시장에서도 리테일 부동산은 오피스의 두배에 가까운 규모를 자랑하며 명실상부하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Illustrated by Roh Joonchul


리테일 공간이 항상 이슈에 오르게 되는 것은 트렌드에 민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국내 시장은 글로벌 마켓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변화주기가 짧기에, 리테일 브랜딩과 마케팅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좀처럼 쉴 틈이 없다.


CJ의 수많은 F&B브랜드 히트작을 내놓은 현 식음연구소 노희영 대표도 오죽하면 유튜브를 2배속으로 보면서 당대 트렌드를 공부한다고 하겠는가.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나날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탄생하고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이 시대가 어느 때보다 흥미롭고 역동적이라 느껴질 것이다.



리테일 공간의 진화 :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혁신의 여정


몇 달 앞의 변화도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미래의 리테일 공간이 어떻게 진화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하는 것이 부질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 다만 분야와 마찬가지로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 리테일 시장의 역사적인 변화과정을 살펴본다면 조금이나마 그 예측에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Illustrated by Roh Joonchul


이러한 리테일 시장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다. 거래비용은 거래 당사자들 간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나타낸다. (인용, 부동산을 다시 생각한다, 드로르 플렉) 핸드폰을 하나 구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먼저 우리는 가장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과 구매조건을 판매자들의 조건을 비교해볼 것이다.


그리고 이후엔 배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이후에 발생될 문제에 대한 고객서비스와 수리 등에 대한 조건을 일일이 따져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들이게 되는 시간과 노력, 비용들이 바로 거래비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리테일 플랫폼의 진화는 바로 이러한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당대의 기술들이 총 동원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시간을 되돌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19세기 초 파리 아케이드 상가에서 가방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지금처럼 내 손 안의 핸드폰에서 한눈에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어떤 제품이 존재하는지, 내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품질과 색상 등을 일일이 매장을 들어가서 비교해봐야 한다.


SHOPLIFTER Arcades, Paris: circa early 19th century, from John Daish Pinterest https://i.pinimg.com/originals/80/ff/25/80ff25aad7e98fb7efb165ac6fe2b14a.jpg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품을 구매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인 가격에 대한 비교에도 엄청난 수고가 들어간다. 이 당시만 해도 정찰제가 확립되지 않았기에 매장 관리자에게 하나하나 물어봐 가며 가격을 알아봐야 했고, 그러한 일을 매장마다 반복해야 한다. (물론, 현재까지도 이렇게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는 시장들이 있다. 웨딩산업 같은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렇게 어렵게 알아본 가격 중 적정한 매장을 선택하고 나서 맞이하게 되는 다음 절차는 바로 흥정이다. 이쯤 되면 현대인들이 19세기로 돌아가 가방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지 의문이다.


배송의 문제는 어떨까? 물론 이 당시 이커머스 시장이 없기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가방이 아니라 부피가 큰 제품을 구매했을 경우 집까지 옮겨야 하는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구매 이전에 이 상가까지 오는 길은 어땠을까? 지금처럼 대중교통이 존재하던 시절도 아니기에 그 곳까지 가는 것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e-commerce from CardMapr, Unsplash.com


이렇게 물건 하나를 구매하는 행위에 들어가는 거래비용을 지금의 시대와 비교해보면, 리테일 시장이 얼마나 혁신적으로 진화해왔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게 된다. 백화점에서, 그리고 스타필드와 같은 대형 쇼핑몰, 그리고 지금 이 포스팅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안에서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되기까지의 변화에는 거래비용을 줄이려는 리테일 시장 참여자의 혁신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2편에서는 이 변화의 흐름을 짚어볼 것이다.




<5줄 요약>


"리테일 공간은 다루기 어려워서 더 매혹적인 컨텐츠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힙 플레이스’는 대부분 리테일 공간이다."


"리테일 공간이 항상 이슈에 오르게 되는 것은 트렌드에 민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테일 플랫폼의 진화는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총 동원된 기술들의 산물이다."


"물건 하나를 구매하는 행위에 들어가는 거래비용을 지금의 시대와 비교해보면, 리테일 시장이 얼마나 혁신적으로 진화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노준철

zipgg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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