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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공간의 트렌드와 미래: 2편

Trend and Future of Retail Space: Part 2

"백화점과 쇼핑센터, 오프라인 리테일 공간의 혁신 플랫폼"



왜 우리는 리테일 공간을 이야기 하는가?


마케팅 분야의 구루이자 노스웨스턴 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 국제마케팅 교수인 필립코틀러(Philip Kotler)는 그의 저서인 ‘리테일 4.0’에서 리테일 시장을 시대의 흐름과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그 흐름의 시작은 19세기 탄생한 파리의 봉마르셰(Le Bon Marché)를 필두로 하는 백화점의 출현이었고, 이를 ‘리테일1.0’이라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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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s du Bon Marché Rive Gauche, from edition.cnn.com, https://edition.cnn.com/travel/article/le-bon-marche-paris-department-store/index.html


1869년에 문을 연 봉 마르셰 백화점은 파리라는 도시의 영원불멸한 랜드마크,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프 에펠(Gustave Eiffel)에 의해 디자인된 공간이다. 그렇다면 이 공간이 어떻게 앞서 살펴본 ‘거래비용의 혁신’을 가져오게 된 것일까.


리테일 1.0: 쇼핑공간의 구조적 혁신과 정찰제


에펠탑이 그렇듯, 이 공간 역시 당대 건축기술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철골구조로 디자인되어 공간적인 측면에서 보다 넓은 매장면적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고객들은 아케이드 상가에서와 같이 일일이 매장을 드나들며 물건을 비교할 필요 없이, 널찍한 매장에 가지런히 놓은 제품들을 한눈에 둘러보며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 뿐 만이 아니었다. 같은 제품인 데도 들쑥날쑥한 가격과 흥정으로 원하는 가격을 얻어내야하는 수고가 이 곳에서는 필요하지 않았다. 정찰제의 확립을 통해 고객들은 적정가격을 위한 수고를 덜어낼 수 있었고, 게다가 산업화의 진전으로 인해 공산품 생산이 원활해지며 환불과 반품 역시 너그러운 곳이 백화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거래를 위한 비용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었던 백화점 공간 역시 변화가 필요했다.


리테일 2.0: 자동차문화와 스트리트형 쇼핑몰의 탄생


백화점은 입지적으로 집객을 위해 도시의 핵심 요지에 들어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의 필수 요인이다. 이로 인해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은 현 시대보다도 훨씬 열악한 교통여건을 거쳐 백화점까지 찾아와야만 했다. 게다가 본인이 구매한 물건의 부피에 따라 집까지 옮기는 운송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거래에서 발생한 이러한 수고를 덜어내며 리테일 공간의 패러다임을 진일보시킨 것은 바로 자동차 문화의 발달과 보급의 확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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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gate Mall, March 1965 from seattlepi.com file, https://www.seattlepi.com/seattlenews/article/Northgate-Mall-Seattle-NHL-closure-store-history-14189146.php#photo-109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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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town USA, a Christmas attraction at Northgate, Dec.1957 from seattlepi.com file, https://www.seattlepi.com/seattlenews/article/Northgate-Mall-Seattle-NHL-closure-store-history-14189146.php#photo-1095637


이른바 ‘자가용’의 시대가 도래하며 타겟층이 되는 고객의 지역적인 범위가 넓어지게 되었고, 리테일 공간 역시 도시 중심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대가 낮은 교외지역에 입지할 수 있게되었다. 확보할 수 있는 면적도 여유로워졌고, 쇼핑공간 역시 밀집된 형태보다 충분한 공용면적을 확보해 쾌적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스트리트 형태의 매장공간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고객이 쇼핑공간에 머무는 시간, 즉 체류시간을 더 확보하기 위해 당시 발달하고 있던 영화관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쇼핑공간과 함께 갖춰지면서 고객들이 쇼핑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보다 더 길어지게 되었다. ‘쇼핑몰’, ‘쇼핑센터’라 이름 붙여진 이 공간들은 ‘리테일 2.0’ 시대를 대표하는 오프라인 리테일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리테일 3.0: 모바일쇼핑을 통한 이커머스 확산


하지만 머지않아 두 시대를 대표하는 백화점과 쇼핑몰이라는 오프라인 플랫폼은 기술의 진보로 인해 그 지위를 크게 위협받게 된다. 바로 전자상거래 시장을 확산시킨 아마존의 등장과, 손바닥 안에서도 얼마든지 모바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든 애플로 인해 오프라인 리테일 공간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렇게 전자상거래의 확산으로 인한 이커머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확립된 시기를 ‘리테일3.0’으로 필립 코틀러는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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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zos is seen in 1996, a year after he started Amazon.com. At the time it was just an online bookseller. From Dean Rutz/KRT/ABACA/Alamy Stock, https://edition.cnn.com/2021/02/03/us/gallery/jeff-bezos/index.html


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은 이커머스의 확산세에서도 소멸되지 않고 고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기존의 오프라인 공간에서와 같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 뿐 아니라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해주는 리테일 공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리테일 4.0: 디지털 첨단 기술과 공간의 융합


다양한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와 실시간 5G네트워크 기술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명동의 나이키 라이즈 서울, AR기술을 활용해 헤어 스타일링 전후 모습을 미리 알려주는 아마존 살롱 등 온라인이 제공해주지 못하는 경험의 순간을 오프라인 공간이 선사하고 있다. 가속화된 디지털 기술과 공간의 융합, 이것이 우리가 즐기고 있는 ‘리테일 4.0’시대의 한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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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e Rise Seoul from retailtouchpoints.com, https://www.retailtouchpoints.com/topics/retail-store-design/experiential-retail/nike-brings-rise-store-concept-to-seoul


이렇게 기술과 혁신의 흐름 속에서 가장 최근에 발생한 돌발 변수가 바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의 도래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시대를 경험하게 된 인류는 의도하지 않은 계기로 온라인 이커머스 세상에 더욱 친숙해지게 되었고, 고객들은 이제 단순한 구매는 온라인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반강제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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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s Forrest in The Hyundai Seoul, Hasisi Park, from thehyundaiseoul.com, https://www.thehyundaiseoul.com/hasisipark/


이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은 더욱 입지가 좁아지게 되었지만, 그 와중에도 지난해 오픈한 대형 상업시설인 더 현대 서울, 의왕 롯데 타임빌라스와 같은 공간의 흥행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앞으로의 오프라인 공간은 결국 고객 경험을 얻기 위한 하나의 전쟁터가 될 것이다.


DSC08688.JPG?type=w1 롯데 의왕 타임빌라스 © Roh Joonchul


철저한 기획과 잘 다듬어진 디자인의 공간, 그리고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는AI, 무인기술 등 첨단의 기술이 바탕이 된 공간은 이제 고객을 모으기 위한 기본사항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차별화된 경험을 통해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을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시대를 대표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사례들을 키워드와 함께 돌아보도록 하자.






<5줄 요약>


"백화점과 쇼핑센터, 오프라인 리테일 공간의 혁신 플랫폼"


"리테일 1.0: 공간의 구조적 혁신과 정찰제"


"리테일 2.0: 자동차문화와 스트리트형 쇼핑몰의 탄생"


"리테일 3.0: 모바일쇼핑을 통한 이커머스 확산"


"리테일 4.0: 디지털 첨단 기술과 공간의 융합"



노준철

zipgg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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