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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공간의 트렌드와 미래 : 3편

Trend and Future of Retail Space: Part 3

"차별화된 경험의 공간 만이 살아남는 시대"


자연(Nature) : 팬데믹(Pandemic) 시대, 정점을 맞게 된 환경에 대한 열망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가 도래하기 이전에도 소비시장을 뒤흔드는 주제는 ‘환경’이었다. 한때 요일을 정해서 구매해야 할 정도로 사기가 힘들었던 마스크를 쓰는 문화 역시 미세먼지라는 불청객 덕분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주제로 다루고 있는 리테일 공간과 집객이라는 측면에 있어 두 시대가 정 반대의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만 해도 미세먼지 가득한 외부환경을 피해 공기정화 설비가 잘 갖춰진 실내 쇼핑센터와 복합문화공간으로 고객들이 몰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원과 같이 외부환경에 노출된 시설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이를 테마로 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들 역시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를 맞게 되었다.


하남 스타필드 © Roh Joonchul


하지만 불과 몇 년만에 상황은 반전을 맞게 된다. 감염 위험으로 인해 밀집된 군중에 대한 공포를 느낀 사람들은 탁 트인 자연환경을 찾게 되었고 등산과 캠핑, 골프 등의 레저활동과 관련된 브랜드 들은 연일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호황을 누렸다. 숲멍, 물멍, 불멍과 같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코로나블루를 자연 속에서 무념무상으로 털어버리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이제는 리테일 공간 역시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2021년 2월에 오픈한 여의도 ‘더현대서울’ 내부에 조성된 1,000평 규모의 실내 조경공간인 ‘사운즈 포레스트(Sounds Forrest)’는 이러한 트렌드의 정점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개점 당시부터 현대백화점 그룹에서도 가장 강조했던 집객요소인 이 공간은 최상층에 위치함으로써 천창으로부터 유입되는 자연채광, 그리고 구조미학을 강조했던 고(故) 리처드 로저스 건축가의 무주공간이 어우러져 이곳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여느 실내공간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기둥과 기둥사이, 막힌 천장아래 안쓰럽게 자리한 실내 조경이 아니라 말그대로 ‘숲을 담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에 자리잡은 사운즈 포레스트이기에 고객들은 ‘식물카페’ 류의 공간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장면 앞에서 셀피를 찍기 바쁜 것이다.


더 현대서울 내부의 사운즈 포레스트 © Roh Joonchul
더 현대서울 내부 워터폴 가든 © Roh Joonchul


더현대서울이 거대한 실내공간에 자연환경을 구현했다면, 같은 해 9월에 오픈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는 외부 자연환경을 매력적으로 활용한 공간으로서 많은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여느 프로젝트와 달리 이 공간은 롯데쇼핑과 건축설계자인 토문건축 외에 익선동에서 살라댕 방콕, 호텔 쎄느장과 같은 힙플레이스로 주목을 받은 공간기획 및 운영자인 ‘글로우 서울(Glow Seoul)’이 함께 기획에 참여했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 © Roh Joonchul


이들은 의왕에 위치한 타임빌라스 주변을 둘러싼 바라산에 주목했다. 원래는 박스 형태로 꽉 막혔던 디자인의 아울렛 한쪽을 바라산쪽으로 열었고, ‘글래스빌’이라고 명명한 투명한 유리 벽체의 독채매장들을 자유롭게 배치해 놓았다. 파란 하늘, 그리고 녹음이 가득한 산과 누구나 ‘집’이라면 떠올리는 형태인 뾰족한 박공지붕이 함께 만든 미장센은 말 그대로 여느 아울렛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자연이 만들어낸 강력한 집객요소로서 고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예술과 문화(Art & Culture) : 예술에 매료된 MZ세대 고객, 갤러리가 된 리테일 공간


리테일 시장의 주요 고객인 MZ세대 사이에서 ‘아트테크(Art-Tech)’는 이제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다. 굳이 유명작가가 아니더라도 아트페어, 전시회 등에 적극 참여해 본인이 맘에 들거나 유망하다 생각하는 작가의 작품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아트테크는 이제 디지털 시장으로까지 확산되어 NFT시장의 활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7년만에 신규 오픈한 매장인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이러한 MZ세대의 니즈를 공간에 적극 반영한 공간기획사례로 볼 수 있다. 매장 곳곳에는 가로7.6미터, 세로2.8미터에 달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In the studio, December 2017’이라는 작품을 포함해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국내외 작가의 작품들이 100여점 넘게 전시되어 있고, 심지어 한켠에는 미술관 또는 박물관에서나 볼수 있는 아트 맵(Art Map) 책자가 비치되어 있다. 본격적인 미술관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이러한 디테일 하나로 인해서 공간에 대한 경험의 완성도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In the Studio, December 2017, David Hockney, 롯데백화점 동탄점 © Roh Joonchul
미디어아트 with d’strict, d’strict, 롯데백화점 동탄점 © Roh Joonchul


1층 부분에는 미디어 아트 부문에서 각광받고 있는 아티스트 그룹인 ‘디스트릭트(D’strict)’의 미디어 아트가 기둥과 주요 매장을 둘러썬 대형 스크린을 통해 쉼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 백화점 공간의 통념 기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디스플레이된 제품들이 가장 주목받아야하는 공간에서 높은 휘도의 미디어스크린이 대규모로 설치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리테일 공간에서 ‘구매’라는 행위 못지않게 주요 구매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테마의 ‘경험’이 기획의 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성과 팝업매장(Locality & Pop-up) : 지금 이 장소, 이 시간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공간


최근 리테일 마케팅 시장을 지배하는 키워드는 바로 ‘로컬리티(Locality)’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좁아진 생활반경에 최적화된 ‘하이퍼 로컬(지역밀착, Hyper Local)’ 문화가 대두되며 차별화된 로컬리티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는 트렌드가 시장을 휩쓸고 있다. 힙스터들의 성지인 성수동은 이러한 로컬리티 마케팅의 산실이라고 볼 수 있다.


1970년대부터 서울 경공업의 메카였던 성수동은 이후 쇠락기를 거쳐 2010년대 과거 공장건물 들을 리노베이션한 몇몇의 카페들로부터 부활을 맞게 된다. 대림창고, 어니언과 같이 붉은벽돌 외벽으로 대표되는 성수동의 카페공간들은 이 장소가 갖고 있는 시간의 내러티브를 고스란히 담아내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다. 이후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리노베이션 공간을 활용한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복합문화공간이 연이어 들어서며 성수동은 MZ세대가 찾는 힙플레이스로 등극하게 되었다.


성수동 연무장길 복합문화공간 플라츠 © Roh Joonchul
어니언 성수점의 중정 공간 © Roh Joonchul


성수동 힙플레이스 공간의 차별화된 특성 중 하나는 바로 ‘팝업(Pop-up)’ 마케팅이다. 힙스터들이 모이는 성수동은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나라 리테일 시장에서 런칭 브랜드의 테스트 베드(Test-bed) 역할을 하기에 최적의 특성을 갖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과거 공장과 창고용도의 건물 소유자들은 신축투자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임대수익을 창출 할 수 있으며, 대기업의 신규 브랜드 역시 단기 임대를 통해 주요 고객층인 MZ세대의 선호도를 시험할 수 있는 팝업의 ‘윈윈(Win-win)’ 생태계가 성수동에 조성된 것이다.


금성오락실 © Roh Joonchul
금성오락실 내부 © Roh Joonchul

최근 LG전자에서 오픈한 금성오락실 역시 이러한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런칭한 팝업형태의 공간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 성수동의 인쇄공장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편집샵 및 복합문화공간인 ‘수피 서울’의 공간을 단기로 임차해 자사의 OLED TV를 홍보하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 ‘금성(LG전자의 옛 브랜드)’와 ‘오락실’이라는 뉴트로 컨셉 역시 공간의 내러티브와 결을 맞추기 위한 기획 컨셉이라 볼수 있다.


2021년 기아자동차는 자사의 전기차 모델인 EV6의 런칭행사를 과거 창고였던 건물을 증축, 리노베이션한 복합문화공간인 ‘코사이어티(Cociety)’에서 개최했다. 카페와 함께 원격업무,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코사이어티의 공간컨셉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전기차의 브랜드 성격과 부합한다는 생각과 함께 주 고객층인 20~30대의 반응을 점검해보기에 성수동만틈 최적의 장소는 없었을 것이다. 루이비통, 구찌와 같은 명품 브랜드들 역시 성수동의 카페 겸 복화문화공간에서 시즌 팝업을 열면서 이러한 트렌드에 편승하며 ‘구닥다리’ 브랜드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코사이어티 성수점 실내 © Roh Joonchul
EV6 런칭행사, 코사이어티 성수점 © Roh Joonchul
코사이어티 성수점 전시공간 © Roh Joonchul


로컬리티는 공간 뿐 아니라 IT시장에서도 당근마켓과 같은 지역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을 유니콘으로 등극시킬 만큼 마케팅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고, 이러한 흐름은 팬데믹 이후에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팝업 형태의 공간 마케팅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국내 리테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빼놓을 수 없는 플랫폼으로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공간 브랜딩에 관계된 전문가들이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내러티브를 가진 지역과 공간을 찾아헤메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미래의 리테일 공간 키워드는 시장 트렌드에 대한 진정성있는 관찰로부터 탄생한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 Roh Joonchul


지금까지 살펴본 리테일 시장의 중요성과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부단한 혁신의 여정, 그리고 현재의 시장을 움직이는 리테일 공간의 키워드를 사례를 통해 둘러보았다.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전 지구적인 재앙 속에서도 사용자들의 욕망과 심리를 세심히 관찰하고 이를 활용한 브랜드와 공간들은 오히려 기록적인 매출을 누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대체된 단순한 소비와 구매활동을 넘어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팬데믹 이후 열리게 될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상징할 여러 키워드는 바로 지금, 사람들의 행동과 지향점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이들에 의해 정의될 것이다. 끝으로 졸고의 연재를 허락해주신 김주연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본 연재의 마무리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공간을 사랑하는, 그리고 브랜딩에 열정을 갖고 임하는 모든 분들께 그 결실이 가득한 2022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5줄 요약>

"차별화된 경험의 공간 만이 살아남는 시대"

"미래의 리테일 공간 키워드는 시장 트렌드에 대한 진정성있는 관찰로부터 탄생한다"

"숲멍, 물멍, 불멍과 같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코로나블루를 자연 속에서 털어버리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이제는 리테일 공간 역시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리테일 시장의 주요 고객인 MZ세대 사이에서 ‘아트테크(Art-Tech)’는 이제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다."

"‘하이퍼 로컬(지역밀착, Hyper Local)’ 문화가 대두되며 차별화된 로컬리티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노준철은 삼우건축에 입사해 건축사로서 18년간 다양한 건축공간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공간기획과 리테일 공간 마케팅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프로젝트 컨설팅과 강연 등으로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경험으로서의 공간’과 매일 변화하는 시장의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네이버 블로그와 삼우건축 공식 유튜브 채널의 온라인 강연을 통해서 사용자와 공유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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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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