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환생

by 짧아진 텔로미어

아픈 환생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

나를 마모시킬 땐 무작정

길을 나선다.


마주치는

허물을 벗는 매미

하늘을 나는 새

주인 곁의 반려견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


어쩌면 나는

그들로 흘러간 적 있었

그랬다면

그 모든 생의 굽이 굽이마다

며칠씩 앓았겠지


지금 나는 사람이면서

껍질을 벗고 침묵하는 매미.

날개를 접고 하늘을 버린 새.

충직함을 잃은 개


이제

울지 않고

날지 않고

그 무엇도 기다리지도 않는다.


다음 생이

내 흔적을 스쳐갈 때

그들은 무슨 감정으로

사람이었던 나를 기억할까.

이전 13화청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