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
나를 점차 마모시킬 땐 무작정
길을 나선다.
마주치는 건
허물을 벗는 매미
하늘을 나는 새
주인 곁의 반려견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
어쩌면 나는
그들로 흘러간 적 있었을까
그랬다면
그 모든 생의 굽이 굽이마다
며칠씩 앓았겠지
지금 나는 사람이면서
껍질을 벗고 침묵하는 매미.
날개를 접고 하늘을 버린 새.
충직함을 잃은 개
이제
울지 않고
날지 않고
그 무엇도 기다리지도 않는다.
다음 생이
내 흔적을 스쳐갈 때
그들은 무슨 감정으로
사람이었던 나를 기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