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by 짧아진 텔로미어

능소화


벽을 타고

내 맹점을 향해 자는 꽃.

만지면 시력을 잃는다

눈을 감고 피 수밖에


눈이 멀었다.


그것을

그리움이라 부르기로 했지만

사랑은 내 맹점을 알고 있었다.

으로 마음을 가

지나간 것들이

발끝에 덕지덕지 붙 끈적리기에


눈이 멀면

음은 어디 볼까


부서진 말 몇 조각들

포말

골목 모서리에 주황색으로

밀려었다.


능소화가 피기 전

나는 맹인이었다.

붉은 혓바닥 같은 꽃잎이

벽을 핥으면서

집요하게 내 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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