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타고
내 맹점을 향해 자라는 꽃.
만지면 시력을 잃는다기에
눈을 감고 피는 수밖에
눈이 멀었다.
그것을
그리움이라 부르기로 했지만
사랑은 내 맹점을 알고 있었다.
실눈으로 마음을 가려도
지나간 것들이
발끝에 덕지덕지 붙어 끈적거리기에
눈이 멀면
마음은 어디를 볼까
부서진 말 몇 조각들이
포말로 퍼져
골목 모서리에 주황색으로
밀려들었다.
능소화가 피기 전부터
나는 맹인이었다.
붉은 혓바닥 같은 꽃잎이
벽을 핥으면서
집요하게 내 시야로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