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월식

by 짧아진 텔로미어

개기월식: blood moon


붉은 달 아래

풀잎은 울고 나무는 뿌리를 놓아버렸다

빛은 문턱을 넘지 못해 바닥을 기어가고

비워 낸 마음이 무거워졌다


은밀히 은 달은

구석구석 빛을 칠했다

짖이겨진 꽃잎을 손톱 끝에 묶

달의 피부 먼저 붉 짓물렀다


기 위해

그리움으로 터질듯 푼 너

나는 빛을 가로채

내 그림자 뒤에 너를 가둬야 한다

빛이 막혀야

가장 깊은 붉음을 품는다

가려져야 선명해지는 모순된 세상


달의 자취가

점선처럼 불확실진다

우리는 그 선을 따라

사라지는 시간을


불면이 어둠을 뒤척이는 사이

에는 잔상처럼 붉게 물이 들고

비워낸 기억은

묵직

붉은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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