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그림자처럼 길어진 저녁.
긴 하루를 건너온 발길들이 머문다.
허름한 하루를 기울여
잔을 채운다.
어깨에 기댄 시간은 자꾸 미끄러지고
시끄러운 소리도 문이 열릴 때마다 잦아든다.
하루를 흘려 채운 술잔에 담긴 나를 본다.
발그래진 얼굴로 그가 나를 본다.
하루를 벗어내기 힘들었냐고 묻는듯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열릴 때마다 차갑던 바람이
나보다 먼저 취해 어느새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