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점검

by 짧아진 텔로미어

사전점검


체온을 담지 못한 공간은

과거가 부재중.


문 앞에서

금속 손잡이를 몇 번 쥐다 놓는다.

전도된 내 체온이 비밀번호가 된다.

과거가 없는 공간은

설정 온도로만 개방된다.


버릇처럼 낡은 동전을 튕다.

손끝을 벗어난 행운의 경로.

문이 열린다.


창문을 열어 공기를 바꾼다.

집이 되려면 바깥의 숨결에 길들어야 한다.

마음 몇 방울 어뜨려

고이는 자리

스며드는 틈을 찾는다.


싱크대에서 어제를 헹군다.

시간이 묻은 감정은 얼룩으로 남고

배수는 늘 예정보다 늦다.

타일 뒤에서

오래 붙들고 있던 공허가 메아리친다.


“감정 배수 불량.”

“공허함, 점검 요망.”


감정이 스며 기울어진 메모지.

바람에 흔들리는 글자.

나를 닮았다.


한 조각 떨어지면 나도 금이 갈까 봐

균열을 움켜쥔 손.

견고해 보이는 것들도

수많은 틈을 메우며 서 있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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