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 밑으로 싱크홀이 생겼다.
정오가 곤두박질치고
나는 천천히 가라앉으며 오전의 깊이를 잰다.
정오가 추락한지 오래.
뒤늦게 귀를 적시는 환청이 따라온다.
첨벙.
횡단보도 앞에는 서 있는 오후.
보행신호는 아직 바뀔 마음이 없다.
오후의 방향은 아직 미정이다.
바닥에 떨어진 연필을 주워
오전처럼 휘갈겨진 마음으로 사직서를 쓴다.
한 귀퉁이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바람이 다소곳해질 즈음
창밖으로 날렸다.
창가엔
그럴듯한 희망이 하나 번지는데
신호등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마치 일부러 지연되는 금요일 오후처럼.
나는 연필심으로
내 이름을 세 번쯤 부러뜨려 적는다.
하나는 금요일 오후로 돌아가고
하나는 싱크홀 속으로 사라지고
하나는 종이비행기가 되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