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집게에 마음을 하나씩 물리고 발코니에서 바람을 기다린다.
어느 별의 궤도가 잠시 틀어진걸까.
바람이 실종된 오후가 빨래줄에 비스듬히 걸리고
물기가 한 음표씩 떨어진 바닥은 반음씩 음을 쌓고도 불안한 음정이다.
달력은 끝나지 않은 토요일을 줄의 끝에 배치하는데
일요일은 왜 다음줄일까.
월요일의 소금기, 뒤집힌 양말같은 피로,
주머니에서 나온 동전처럼 침묵했던 하루하루가
세탁되어 자기 이름표를 잃고 나온다.
굽은 등뼈같은 집게 자국으로 남을 훈증된 후회가 말라간다.
빨랫대는 기울어진 별자리라서
어제와 오늘이 서로의 옷핀을 바꿔 다는건가
각기 다른 줄의 바람들이 먼지 낀 폐활량을 넓히듯 펄럭거리고
난간에 걸린 습도가 1도씩 말라간다.
구겨진 대로의 마음이 말라가고
저녁이면 딱 한 목소리만 젖어 돌아올텐데
세탁된 마음이 물기를 잃고
그 무게만큼 별의 궤도가 다시 맞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