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by 짧아진 텔로미어

나이테


그토록 숨겨왔던 나이를

몸이 베이고 나서야 들켜버렸다.


뿌리가 길어올린 물을 나눠 마시던 날,

첫 열매를 수줍게 드러내던 날,

체념의 방향으로 잎을 떨구던 동면의 시간,

모두 켜켜이 쌓아 놓았는데.


찍어대는 도끼날에

속절없이 드러내고 말았다.


잘린 그루터기에 앉아 눈 감고,

손때 묻어 매끈해진 나이테를 더듬는다.


둥글게 겹쳐 쌓인 세월의 속살.

사이사이 숨겨진 굴곡.

손끝으로 따라 짚으며 생각한다.


사람은

나이를 어디에 쌓아놓을까.


어느 도끼날에 무너질 때

켜켜이 쌓아온 시간을 드러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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