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피어난 봄

by 짧아진 텔로미어

바다로 피어난 봄


봄이었다

바다는 자꾸

횡단보도를 건너가려 했다


신호등은

파란 물결로 넘실대고

바다를 태워 보내려 자동차 문을 열다가

파도 소리에 귀가 멍해졌다


가방 속엔

아직 우산 하나가 접혀 있었는데

펼치면 물고기 떼가 쏟아질 것 같았다


바다는

자꾸 나를 따라 도시로 들어와

횡단보도 위에서 비린 신호를 보냈고


나는 그때마다

우산 대신 가방을 펴서

봄 몇 조각을 조용히 담아 두었다


자동차는 길도 없이

수평선 쪽으로 미끄러졌고


내 마음은

횡단보도 한가운데서

물살에 떠밀리듯 흔들렸다


봄은 늘

길 위에서만 완성된다는 말을

바다가 먼저 내 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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