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금

by 짧아진 텔로미어

해금


이 악기를 만든 사람은

억겁의 세월,

가슴속 깊이 한을 묻고 살았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악기 구석구석에 한이 스며 있을 리 없다.

현을 스칠 때마다 숨겨둔 고통을

이토록 토해낼리가 없다.


분명,

누에가 피를 토해 만든 아픔을

가닥가닥 엮어 명주실 두 줄에 동여 매었을 것이고,


마음 속 깊이 묻은 그리움을 전하려

오랜 세월 땅속에서 속울음으로 키운 오죽을 깎아

울림통과 활대를 만들었으리라.


먼 훗날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며

시대를 초월한 한을

차곡 차곡 조심스레 악기에 담아놨을거다.


그래서 활대가 바람처럼 스치면

비단처럼 풀린 울림은 줄 끝까지 번지고,

손끝의 떨림은 산을 울리는 메아리가 되어

조용히 달빛 아래로 스며들거다.


그 달빛을 받은 오늘,

오래 묵혀둔 눈물이 저 먼 들판을 적시면

한으로 붉게 물든 꽃들이 피어날거다.





이전 18화광교호수공원을 산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