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기를 만든 사람은
억겁의 세월,
가슴속 깊이 한을 묻고 살았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악기 구석구석에 한이 스며 있을 리 없다.
현을 스칠 때마다 숨겨둔 고통을
이토록 토해낼리가 없다.
분명,
누에가 피를 토해 만든 아픔을
가닥가닥 엮어 명주실 두 줄에 동여 매었을 것이고,
마음 속 깊이 묻은 그리움을 전하려
오랜 세월 땅속에서 속울음으로 키운 오죽을 깎아
울림통과 활대를 만들었으리라.
먼 훗날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며
시대를 초월한 한을
차곡 차곡 조심스레 악기에 담아놨을거다.
그래서 활대가 바람처럼 스치면
비단처럼 풀린 울림은 줄 끝까지 번지고,
손끝의 떨림은 산을 울리는 메아리가 되어
조용히 달빛 아래로 스며들거다.
그 달빛을 받은 오늘,
오래 묵혀둔 눈물이 저 먼 들판을 적시면
한으로 붉게 물든 꽃들이 피어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