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호수공원을 산책하다
가볍게 산책하자는 말은
결국 너를 생각한다는 고백.
긴 들숨으로 광교산을 한걸음에 내달린 바람이
먼저 너를 기다렸다.
먼산의 윤곽을 타고 내려온 바람은
고요한 수면에 물비늘을 일으키고 나서야
갈대숲이 일제히 눕는 방향으로 고백을 휘날렸다.
바람이 사라진 산자락엔
정지된 메아리만 남아 뒤늦은 발걸음을 옮기고
걷다 마주친 인연들의 옷깃은
전생(前生)보다 날카로운 예각으로 스친다.
멈춘 벤치에는
체온의 기억이 퇴적되어 앉아있다.
나는 그 옆에 앉아
현생(現生)을 확인이라도 하듯 볼을 꼬집는다.
그때마다 허공은 노을을 닮아가고
물속으로 쏟아져 내려앉는 노을빛 편린(片鱗)으로 부서졌다.
생각의 끝자락을 베면
너를 부르는 말은 무음이 되고
발음하지 못한 오후가 수화(手話)처럼 손짓했다.
결국, 너를 생각한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