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병동

by 짧아진 텔로미어

암병동


바싹 마른 우산은

오후 끝자락이 걸린 창에서

조용히 기우제를 올렸다.


불안이 포화된 병실에

링거 방울을 모방한 비가 똑똑 떨어졌다.


창가의 나무는

소독약 냄새가 찌든 비를 맞고

신음 한번 없이 야위고


환자복을 입고 누울 때마다 침대는 삐걱이며 앓고,

침수된 둥지의 물을 퍼내던 새는 밤새 근육통에 시달렸다.


나침판이 가리키지 않는 오후 되면

모래시계는 토사물처럼 간을 워내고

길 잃은 2월은 4월로 건너뛰었다.


빗소리를 흉내 내어 링거방울이 빨라다.

또도독. 또도독


보도블록 선을 한 번도 밟지 않고 걷던 운수 좋은 날.

슬픔의 선을 밟은 오늘 눈을 감고 향내음 바라본다.


비구름은

조문객처럼 국화를 내려놓았다.

젖은 마음에는 빗방울 수만큼 국화 꽃잎이 떨어졌다.


행복이 바짝 말라비틀어진 병실.

마르던 우산이 눈물로 기우제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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