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자리마다
아픔의 채도를 닮은 꽃이 피었다.
넘어짐은
씨앗의 다른 이름.
잠시 땅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일.
무너진 걸음마다 작은 씨를 묻었다.
무너지는 것들은
서로의 잔해를 치우지 않는다.
그래서 넘어진 자리엔
자신을 남기지 않는 것이 예의.
천천히 고개를 든다.
넘어진 날들의 흙냄새가 손등에 스민다.
극복은 이기는 일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일.
혹은 쓰러진 쪽으로 몸을 기울여보는 일.
고통의 틈을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다.
아프지 않은 척,
다친 쪽을 조용히 접어 넣었다.
밤사이
발걸음 깊이 만큼 싹이 텄다.
꽃이 만발했다.
흙냄새 가득한 땅의 언어를
꽃말로 적는다.
'꽃은 넘어진 곳에만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