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by 짧아진 텔로미어

폭우


기록적인 폭우가 퍼붓는다.

교천이 범람해

예산 어느 마을이 고립되었다는 뉴스.


황톳빛 물에 잠긴 마을은

이름 없는 섬처럼 조용해졌다.


반쯤 사라진

축사 턱 위에 모인 소의 큰 눈이

즈를 응시힌다.


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두려움일까

젖은 지붕을 등지고

하늘을 올려다보

비가 그치지 않을 거란 예감 같은 였을까


오산 고가도로가 붕괴되

흙더미가 차를 덮쳤다는 속보가

자막과 함께 반복재생다.


그 바로 직전,

운전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와이퍼가 비를 더듬던 그 몇 초 사이


서둘러 가서

가족과 따뜻한 마음을 나눌 생각

혹은 누군가에게

못다 한 용서를 전하려 생각.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거리

하지만 끝내 도착하지 못한 시간.


슬픔이 뉴스보다 먼저 도착했다.


차창에 맺힌 빗물은

이미 흐르지 않고,

모든 장면이 정지된 채

화면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픈 하루가

한 줄 뉴스처럼 지나간다.


이 침묵이

이 무심한 반복이

너무 아프다.

이전 10화꽃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