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걱대는 바람 끝
봄바람이 겹쳐 불었다.
산중턱마다
진홍빛 선혈을 뿌리고
담벼락을 노랗게 물들이다
하얀 벚꽃 잎을 열어
봄내음을 조용히 담았다.
연분홍, 노랑, 하양
만개한 틈 사이로 불현듯 스며든 허전함.
하릴없는 바람에
꽃잎이 눈발처럼 떨어져야
비로소 연둣빛 잎으로 움트는
허전함의 알리바이.
나의 끝이면서
너의 시작인 무심한 질서.
그리움을 되새김하며 너는 나를
꽃으로 불러 세웠나 보다.
나를 지나 네게 도달한 계절.
손 닿지 않는 거리에서
서로를 피워낸 숨결은
봄처럼
수액(樹液) 속을 유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