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 3

슬픈 환생-이운진

by 짧아진 텔로미어

슬픈 환생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가만히 꼬리뼈를 만져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지평선 아래로 지는 붉은 태양과

그 자리에 떠오르는 은하수

양 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잊고

또 고비사막의 외로운 밤을 잊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을 정말 바랐을까

꼬리가 있던 흔적을 더듬으며

모래언덕에 뒹굴고 있을 나의 꼬리를 생각한다

꼬리를 자른 주인의 슬픈 축복으로

나는 적어도 허무를 얻었으나

내 개의 꼬리는 어떡할까 생각한다

-------------------------------------


이운진 시인의 슬픈 환생을 읽으면 항상 드는 생각 있다.


내 주인은 어떤 기도를 하며 내 꼬리를 잘랐을까?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사람답게 살고 있는 걸까?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잃지 않기 위해 살까?


그리고

내가 이런 멋진 시를 써볼 수 있는 날이 이번생에 오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