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폭로의 계절이다
빛을 오래 품은 잎이
초록을 살해하며
마지막으로 제 색을 드러냈다
감금됐던 붉음, 노랑, 주황
빛에 대한 오래전 응답이
하나둘 폭로되면
나무는 허울 좋은 초록이 사라진
잎을 붙잡을 이유를 잃고
가장 매몰찬
색채의 순간을
선명하게 이별로 완성했다
드러난 진실뒤엔
항상 무너짐이 뒤 따르고
초록뒤로 숨었던 색들은
제 본심을 고백하듯 타오르다
바람의 손짓하나에도 떨어졌다
아름다움은 늘
파괴의 뒷면에 있다
짧아진 텔로미어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삶을 진료하고 마음을 치유하고픈 가정의학과 의사입니다. 해금과 피아노를 배우며 가슴속의 말들을 '시'라는 그릇에 담으며 하루를 건너갑니다.